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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의 너와 나
“아 지루하다.”
창문가를 바라보고 한숨을 쉰 왕이보는 대학 생활에 영 만족하지 못했다. 처음으로 대학교를 들어왔을 땐 좋았으며 학교생활도 나름 재밌게 다녔다. 한 학기 동안 뭘 해야 할지 3월에는 과제를 주겠다는 말에도 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별것이 있나 싶었다. 학교가 일찍 끝나는 날에는 친해진 동기들과 술을 마시러 가던가 농구 시합도 했다. 그렇게 3월 중반쯤 들어 그 생각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교수들님들이 주는 과제와 조별 모임 등 피가 말릴 것 같았다. 처음 과제를 주었을 땐 이것저것 조사를 하고 사전 탐방도 다니고 재미있었다. 조별 모임도 별반 다를 거 없이 똑같았다. 다들 성실하게 참여해줬으며 그때까지만 만족하며 다녔다. 쭉 그대로만 갔으면 좋았으련만..중후반이 되어서는 조별 과제 몇 사람들의 무임승차에 교수님들의 주는 수많은 과제에 왕이보는 하루하루 피폐해졌다. 예전의 그 행복함이 없이 1학년을 끝내 2학년으로 올라갔다. 한 학년으로 올라가면 조금 익숙해지겠지 라는 생각에도 한 학년이 올라가자 전 학년보다 더 심했다.
*
“야! 왕이보오~!”
동기 한 명이 이보에게 어깨동무를 해오며 말을 걸어왔다.
“뭐야, 왜.”
“야 너는 이 화창한 날씨에 이렇게 풀이 죽어서 되겠냐?”
“화창은 무슨...”
“으휴...불쌍한 이보야 이래서 행복한 대학 생활을 하겠니? 1학년 때 만 해도 매일 놀러 갔으면서 이제 좀 과팅도 하고 술도 마시고 그래야 하지 않겠어?”
“그런 거 즐겼으면 이미 즐겼어.”
“어휴...야야 그럼 이참에 사진 동아리 들어올래?”
“사진 동아리? 그건, 또 뭐야.”
“넌 대학 생활을 글로 배웠냐?”
“야 매일 교수들이 과제를 주는데 그런 동아리가 있는 걸 내가 어떻게 아냐?”
“어휴...”
“그래서 그 사진 동아리가 정확하게 뭐 하는 건데?”
“오 흥미 생겼나 봐? 그냥 뭐 말 그대로 사진 동아리지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풍경 사진 찍고 활동하는 거지.”
“음..”
“어차피 가면 사진 찍고 돌아다니는 것만 하는 건데 너한테 딱 맞지 않냐?”
“사람 많은 곳은 별론데.”
“..이보야 이런저런 활동도 하며 다녀야지 그렇게 매일 과제만 하다 졸업할 거야?”
“알았어 딱 하루면 되는 거지? 대신 동아리 가입은 안 할 거야.”
“아싸~ 그럼 내가 동아리 회장한테 말하고 연락해줄게.”
“그래. 그럼 나 이만 간다.”
“엥? 애들이랑 술 안 마실 거야?”
“과제 있어서.”
왕이보는 가방을 메고 빈 강의실을 나갔다. 사진 동아리라니 그렇게 끌리는 건 아니었지만 나름 나쁘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그야 매일 과제에 밤에 잠을 자지도 못하며 책상엔 수북이 쌓인 커피 캔에 사람이 쓰러지지 않은 게 다행이다 싶었다.
“일단은 뭐부터 해야지..”
복도를 걸어가며 휴대폰으로 과제 해야 할 걸 확인하고 있을 때 위에 알람이 띠링 울렸다.
[ 야 이보야! 내가 방금 우리 동아리 회장 선배한테 전화했거든 너와도 된대! 날짜랑 시간 알려줄 테니까 이날 오면 돼!
장소
3월 14일 후난성 평강현 석우채 유채꽃밭에서 사진 찍는다고 하니깐 11시까지 오면 돼! ]
캘린더 앱을 눌러 3월 14일의 스케줄을 봤다. 다행히 공강이라 편히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동기가 말해준 장소도 그다지 멀리 있지는 않았고 가려면 일주일 정도 시간이 남았다. 그날 다녀와서 편히 쉬려면 이번 주에 있는 3개의 과제를 다 해야 했었다. 과 동기가 알려주는 장소를 보니 처음 가보는 지역이었다.
"평강현..?"
장소를 검색해보니 많은 사람이 유채꽃밭에 갔다 온 후기들이 있었다. 대충 한 사람의 블로그를 들어가 보니 간 후기와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드넓은 꽃 사진들이 보였다. 대부분 가족 커플 노부부들이 많이 갔다 오는 것 같았다. ‘정말 즐거운 하루였다.’ ‘스트레스받은 게 확 없어졌다.’ ‘힐링 장소로 최고예요!’ 등등 여러 말이 쓰여 있었다.
"힐링이라.."
힐링이라는 단어에 왕이보는 생각에 빠졌다. 이런 꽃밭이 정말로 힐링이 될까? 그냥 꽃밭인데 스트레스가 풀릴까..? 깊게 파고 들으니 머리 위에서 수증기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이런 거에 생각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냐며 핸드폰을 주머니 안에 욱여넣었다. 길을 걸으며 하늘을 바라보니 그지없게 화창했다. 구름 한 점 없었으며 화창한 햇볕이 눈을 찌르르 닿게 했다. 곧 있으면 봄이 오나 싶었다. 하지만 그런 건 왕이보 에게는 전혀 상관할 게 아니었다. 이제 다시 알바를 구해야 했었고 수많은 과제에 조사할 게 많았으니 다른 애들처럼 놀 시간은 없었다. 그런 건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하..”
한숨을 쉬자니 아무 변화는 없었다. 무엇이 하나라도 변했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이 현실에 일어나지도 않는다.
“아!”
“헉!”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치는 소리에 정신이 반쯤 나간 왕이보는 정신이 확 들어 옆을 쳐다보았다.
안경을 쓴 남자는 어깨를 비비며 왕이보를 쳐다봤다.
“아..죄송합니다..”
“으..아니에요! 괜찮아요!!!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세요?”
남자는 걱정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네 괜찮아요.”
왕이보는 머뭇거리며 꾸벅 고개 인사만 하고 걸어가야 하는데 갈피를 못잡는 타이밍에 남자는 푸흐흐 웃으며 그럼 조심히 가세요 라는 말과 함께 갈 길을 갔다.
*
“야 샤오쟌 왜 이제 와~? 기다렸잖아.”
“이때까지 만나보고 싶은 앨 봐서?”
“엥?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있어~ 그런 거.”
*
이보는 '조심히 가세요' 말이 메아리처럼 들려 집으로 향했다. 터벅터벅 길을 나서며 아까 그 남자의 얼굴이 생각났다. 어디서 본 사람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계속 그 남자를 생각해 걷다 보니 벌써 집 앞이었다. 계단을 올라가 긴 복도 끝으로 가 도어락 숫자를 치고 문을 여니 어두컴컴한 방안이 보였다.
“하아...힘들다.”
혼자 사는 집이라 자기 이외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가족이라도 같이 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이 들었다. 괜히 자취해서 외로움만 생겼다. 대충 신발을 벗어 던지고 방안에 들어와 방바닥에 누우니 피곤함이 금방 몰려왔다. 하루에 5시간도 못 자는 왕이보 에게는 이 짧은 시간이 좋았다. 이렇게라도 누워서 맘잡고 3일 뒤에는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눈이 서서히 감기니 정신을 퍼뜩 차리고 바닥에서 일어나 바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씻으면 졸음 정도는 날아가겠지.”
*
거짓말이다.
분명히 샤워를 끝마치고 나온 뒤로는 밤을 샐 준비가 되었는데 머리를 드라이기로 말린 뒤로 극대로 피곤함이 더 몰려왔다. 아무리 볼 꼬집고 찬물로 세수를 해도 좀처럼 졸음이 확 날아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면은 모든 학점이 날아갈 것이 뻔했다. 혹시 몰라 이거라도 망하게 된다면 졸업도 하지 못한 채 복학을 해야 할 수도 있었다. 그거는 죽어도 싫었다. 다시 학교 복학을 할 바에 자퇴를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산책이라도 할까.”
대충 겉옷을 걸치고 현관문으로 갔다. 앞에 서 있으니 차가운 공기가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슬리퍼를 신고 문을 여니 쌀쌀한 기운이 돌았다. 예상했듯이 밖에 나오니 피곤이 조금이나마 날아갔다. 길을 한참 걷다 한적한 공원에 도착했다. 온 김에 한 바퀴 정도 돌고 들어가야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한 바퀴를 돌았다.
“조금은 졸음이 풀리네.”
한 바퀴만 돌고 돌아가자는 말에도 무심하게 두 바퀴 정도 돌았다. 조금만 쉬고 집에 가자는 생각에 벤치에 앉아 바로 앞을 보니 잔디밭에 작은 만하게 피워오른 꽃을 봤다. 그러고 보니 아까 본 블로그에서 본 유채꽃밭이 생각났다. 지금 이 길이 꽃밭이라면 어떨까 잠깐 눈을 감아 상상하니 자신이 꽃밭에 누워 웃고 있으며 편하다고 말이 저절로 나왔다. 눈을 다시 떠 앞을 보니 편한 생각을 잠시나마 였나보다. 그럼 그렇지 상상만으로는 100% 만족이 되지 않았다. 현실로 돌아오니 과제가 생각났다. 집에 가면 과제가 다 끝내져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일주일 후에 꽃밭을 갈 수 있나 걱정이 되었다. 물론 왕이보에게는 절대로 못지켜 내는 건 없었기 때문에 문제는 되지는 않았지만 단 몸 상태가 문제였다. 심각하게 나쁜 건 아니지만 온몸에 피로가 가득했다. 수면 부족에 다크서클에 피부는 푸석푸석했다. 처음엔 자기관리에 충실했던 왕이보였지만 점점 많아지는 과제에 대학 생활이 만만치 않았다. 1학년 때 생각이 났다. 과제가 별거 아니었다는 말에 지금은 몹시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하아. 이런 생각할 시간에 과제 하나라도 제출하지.”
오늘 밤에도 열심히 해 보자는 다짐을 했다. 그렇게 밤은 길게 지나가고 이보의 힘든 과제와 함께 밤을 지냈다.
*
띠링-! 띠링-!
알람 벨 소리가 들리자 눈을 한껏 찌푸린 채 휴대폰 알람을 끄고 시간을 봤다.
“벌써 8시야..?”
그대로 핸드폰을 덮어 베개에 얼굴을 박았다. 아침 해는 벌써 떠 햇빛이 창문에 비쳐 방안을 눈부시게 만들었다. 1시간이라도 더 자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다시 잔다고 한들 이미 정신을 맑아진 상태였기에 뜬 눈으로 천장만 바라볼 것이 뻔했다.
“으으..”
바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쭉 펴고 목을 쓰윽- 잡으며 하품을 내뿜었다.
“씻어야지..”
대충 옷가지를 들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유채꽃을 보러 가는 날이다. 근 일주일 동안 지옥의 과제를 끝내고 숨 좀 트이나 싶었다. 물론 과제를 하다 코피가 나기도 했으며 입맛이 뚝뚝 떨어져 하루에 한 끼를 먹을 정도였다. 새벽까지 안 자고 무리하게 해서 그런지 온몸에 피로가 쌓였다. 가끔 앉아있다 일어서면 관절에서 뚜둑 소리가 났다. 어깨는 근육이 뭉쳐 가끔 담이 오기도 했었고 수업에는 집중이 안 돼 필기를 절반 정도 하지 못했다. 그래도 다행인 게 일주일 안에 3개를 다 한 왕이보도 대단했다. 주변에서는 뭘 그렇게 정성스럽게 하냐며 학점 그거 별거 없다면서 그냥 대충 하고 놀러 가자고 말해도 왕이보는 나중에 놀자고 말하며 아무런 모임에 참여하지 않았다.
“11시에 만나기로 했고 저번에 말해줄 때 간단하게 사진 찍고 오는 거라고 했나?”
금방 샤워를 끝마친 왕이보는 휴대폰을 들어 동기에게 온 문자를 봤다.
[아 맞다 이 말을 안 했네! 그날 올 때 간단하게 풍경 사진 찍고 그러는 거야.
딱히 필요한 거는 없으니깐 제시간에 도착하면 돼.]
툭- 침대에 휴대폰을 던져 드라이기를 켜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오늘 입을 옷을 고르며 날씨를 확인했다. 기온은 적당했다. 아직 3월이기도 했으며 날씨가 쌀쌀하면서 따듯할 것 같았다. 대충 옷을 몸에 대 거울 앞에서 체크를 했다. 항상 옷에 신경을 쓰는지라 세 벌 정도 옷을 갈아입은 후 제일 맘에 드는 옷을 입고 체크를 했다. 이렇게 하는 모습에 자기 자신도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 특별한 날은 아닌데 이렇게 꾸미는가 싶었다.
“이렇게 입고 가면 되겠지.”
깔끔한 옷차림에 향수를 들어 손목, 목에 칙칙 뿌렸다. 묵직하면서 은은하게 퍼지는 향이 딱 왕이보 에게 어울렸다. 마지막까지도 옷 머리 체크까지 하고 현관문으로 갔다. 신발장 서랍을 열어 제일 아끼던 신발을 신고 문을 열고 나갔다. 계단으로 천천히 내려가 따스한 햇볕을 마주했다. 춥지도 않고 따듯한 기온에 몸이 나른해질 것 같았다. 휴대폰 을 켜 지하철 노선을 보니 15분 뒤에 온다는 알람을 보고 적당히 계산해보니 딱 맞춰서 도착할 것 같았다. 시간도 딱딱 맞고 날씨까지 완벽하니 기분이 좋았다. 왠지 자기도 모르게 얇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
“여긴가?”
주변을 둘러보며 동기를 찾고 있었다.
“어디 있는 거야?”
아무리 주변을 돌아봐도 동기의 머리카락조차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걸려는 순간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툭툭 쳤다.
“혹시 왕이보씨?”
“에? 맞는데요.”
뭐지..싶어 멀뚱히 쳐다보자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아, 안녕하세요. 그 저번에 동기 권유로 인해서 오늘 오셨죠?”
“아. 네.”
“자기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샤오잔 이라고 합니다.”
“네 저는 왕이보 라고 합니다.”
‘낯이 익네. 어디서 봤던가..?’
“방금 어디서 봤든가 생각했죠!?”
흠칫 놀란 왕이보는 주춤거렸다.
‘뭐야..?’
“하하 그렇게 놀라실 필요 없어요! 며칠 전에 길에서 마주쳤는데”
“길이요..?”
‘어디서 마주쳤지..?’
생각이 날 듯 안 날 듯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며칠 전이면 이번 주에 봤다는 건데 어디서 본거지..?’
‘조심히 가세요.’
“아, 설마 저번에 어깨 부딪히신...?”
“맞아요”
샤오잔은 웃으며 대답을 해왔다.
“저번 모습하고는.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뭔가 말을 잘 못 한 것 같다. 저번 모습하고는 다르다니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하는 순간 샤오잔은 웃으며 대답을 해왔다.
“왜요? 저번에는 어떻고 오늘은 어떤데요?”
불쑥 얼굴이 들어와 왕이보는 눈동자가 커졌다. 가까이서 본 샤오잔은 눈은 정말 이뻤으면 쌍꺼풀 또한 또렷했다. 같은 남자가 봐도 반한 얼굴이기에 갑자기 왕이보 자신도 모르게 귀 끝이 점점 뜨거워졌다.
‘ㅁ..뭐야...’
“음?”
샤오잔이 고개를 기울이며 쳐다보자 왕이보는 고개를 옆으로 휙 돌려 말을 돌렸다.
“그..친구는요..?”
“아 너 친구?”
“걔는 내 친구랑 카메라 들고 사진 찍고 있을 거야. 일단 가면서 얘기할까?”
“아. 네”
“너 친구가 마중 나오려 했는데 내 친구 카메라에 한 눈이 팔려서 내가 왔는데 미안 미리 연락이라도 전하라고 할걸.”
“아 괜찮아요.”
“아 참. 내가 한 살 많으니까 반말해도 되지?”
“아. 네..뭐..상관없어요.”
‘아까부터 했으면서..’
주위를 돌아보니 노란 유채꽃밭이 보였다. 저번에 블로그에서 본 사진 그대로 많은 사람 보였으며 이보의 눈에는 그저 꽃밖에 보이는 않았다. 그저 자기도 모르게 미세하게 웃음이 흘러 나온 지도 모른 채 지금 걷는 속도보다 천천히 걸어갔다. 샤오잔도 그걸 눈치 챈듯 이보의 발걸음을 맞춰주고 있었다.
“이런 곳은 처음 와 보는 거야?”
샤오잔 은 걸으면 말을 했다.
“네 오늘 처음으로 오는 거예요.”
“이런 거에는 관심 없어?”
“없기도 하고 이런 걸 볼 시간조차 없는걸요.”
“왜?”
“학교에서 준 과제나 그런 게 많다 보니 친구들하고 놀 여유조차 없어서요. 1학년 때는 그래도 놀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럴 시간도 없는걸요.”
“흐음..그럼 학교에서 인기 많은 건 알고 있어?”
“저요? 제가 왜요?”
당황한 이보가 말을 하자 샤오잔은 푸흐흐 웃으며 이보 어깨를 두들겼다.
“몰랐어? 너 학교 내에서 엄청 인기 많아 잘생겼다고 몰랐구나?”
“네 전혀요.”
매일매일 다크서클에 후드티 모자에 마스크 까지 끼고 다니는데 뭐가 잘생겼다는 건지 도통 이해를 전혀 하지 못했다.
“흠..여기 와보는데 어떤 기분이 드는 것 같아?”
“음..글쎄요 그냥 온통 꽃밭이고 사람이 많네요.”
묵묵한 말에 샤오잔은 고개를 기울이다 눈만 꿈벅였다. 그게 끝..? 이라고 말하니 네라고 대답하는 이 아이의 모습에 샤오잔은 신기하면서 웃겼다.
“근데 아까 꽃밭 보고 웃지 않았어?”
“제가 웃었어요?”
“응 웃었어.”
‘언제 웃었지?’
“또 웃게 될 거야.”
의미심장한 말을 건넨 뒤 샤오잔은 콧소리를 내며 하늘을 바라봤다.
“그래서 어디서 사진 찍어요?”
“응? 아, 조금만 더 가면 돼.”
고개를 끄덕이고 왕이보도 아무런 말 또한 하지 않고 그저 묵묵부답으로 나란히 걸어갔다.
길게 뻗은 길을 걸으면서 이리저리 주변을 돌아봤다. 정말이다. 온 가족 연인들 친구들 다양한 사람들이 와서 꽃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고 주변에 돗자리를 펴 누워있거나 밥을 먹는 사람도 보였다.
“여기로 들어가면 돼.”
“여길요?”
“응? 왜??”
“아니..꽃이 거의 갈비뼈 정도 오는 길이인데요?”
“음..그치..? 근데 문제 있어..?”
“이러다가 작은 꽃이라도 밟으면 어떡해요.”
“ㅁ..뭐..?ㅂ..밟아..?.푸..푸하..!!!”
샤오잔은 하하 웃으며 이보 어깨를 통통 쳤다.
“왜 그러세요..?”
“아하하! 그렇게 얘기 하는 사람이 네가 처음이야!”
“뭐가 잘못됐나요?”
“아핳...하아..아니아니 전혀? 이런 거 하나에 걱정하는 아이는 처음 봤어.”
“아..”
귀가 화끈 달아올랐다. 방금 자기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 메아리처럼 울렸다. 이런 말을 할 줄 아는 본인이 쪽팔렸다.
“아니면 안 밟히게 내 손이라도 잡고 조심히 갈래? 하하”
“안 그래 주셔도 되거든요.?”
“하하 알았어~”
왕이보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무덤이라도 있으면 지금 당장 관에 들어가 나오고 싶지 않았다. 그 사이 샤오잔은 한 손으로 입을 막고 끅끅 웃으며 걸어갔다.
‘진짜 죽고 싶다..’
앞으로 계속 걸어가니 저 멀리 동기가 아까 선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며 웃고 있었다.
“어 왔나 보다.”
선배가 말을 하자 동기는 앞을 보고 이보를 보자마자 손을 번쩍 들어 소리를 쳤다.
“네? , 어?, 왕이보오~!!”
왕이보도 손을 반쯤 들어 인사를 했다. 동기가 있는 곳에 가자. 드디어 동아리 인원이 다 모였다. 동기는 이보를 보고 깜작 놀라 하며 이런 옷을 입고 오며 무슨 날이냐고 방방 뛰며 말을 했다. 이보는 진정하라며 그냥 어쩌다 보니 입은 거라고 싱겁게 말했다. 샤오잔은 손뼉을 한번 치더니 인원들에게 전달사항을 말했다. 인원들은 착실히 샤오잔 말에 귀를 담아 들었으며 샤오잔 또한 웃으며 진행을 했다.
“자유롭게 찍고 여기서 다시 3시에 모이자. 알았지?”
“네!”
각자 인원들은 조를 짜 원하는 장소를 골라 풍경 사진 단체 사진을 찍는다고 이동했다. 이보는 동기랑 같이 이동하려는 순간 샤오잔이 불쑥 나타나 말을 했다.
“나도 끼워줄 거지?”
“네?”
“히히 껴주라”
샤오잔이 웃으며 말하자 왕이보는 갑자기 심장이 쿵쿵 뛰었다. 동기는 환영한다며 선배가 사진을 찍어주면 엄청난 사진이 나올 거라며 좋아했다.
“내 친구도 끼워줄 거지?”
“당연하죠. 선배!”
동기는 바로 이보를 쳐다봤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쳐다보니 이보는 거절할 틈도 없이 말했다.
“맘대로 해.”
“역시 왕이보 네가 최고야!”
동기는 엄지척하며 웃었다. 왕이보도 그 모습을 보자 피식 웃으며 그러라고 답했다. 동기는 카메라를 들고 발걸음 움직였다. 꽃밭 사이를 들어가며 좋은 사진을 찍으려는 동기의 모습에 선배는 어휴 저러다가 또 넘어지지, 그러다 넘어져! 소리를 치며 동기 쪽으로 다가갔다. 지금 이 상황에 있는 건 왕이보 샤오잔 뿐이었다. 뭐라 말할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이보는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저 선..ㅂ..”
“뭐해 이보야! 저기 가서 사진 찍자.”
왕이보 손을 꽉 잡고 웃는 얼굴로 보는 샤오잔.
“저 잠깐..!”
“저곳 아니면 안 돼!”
달려가는 샤오잔 손에 이끌려 가는 이보는 그제야 깨달았다.
‘아, 이거구나 이런 기분이구나. 이런 거였어.’
“하아하아..”
숨을 헐떡이며 맘에 든 장소에 도착해 샤오잔 숨을 헐떡이며 이보를 보며 말했다.
“나 여기서 찍어줘!”
“아. 네 근데, 선배 친구랑 저 동기랑 같이 찍는 거 아니였나요? 그리고 저 사진 잘 못 찍는데 괜찮아요..?”
“응? 응응! 상관없어! 못 찍어도 돼! 그리고 뭐 이따가 연락해서 도중에 만나면 되니깐!”
웃는 샤오잔 모습에 왕이보는 또 한 번 심장이 쿵쿵 뛰었다. 샤오잔은 왕이보 옆으로 다가오자 복숭아 향이 났다. 달콤한 향기가 자기 몸에 있는 것도 모르는 샤오잔은 목에 걸린 카메라를 벗어 여길 누르며 찍힌다며 설명을 하는데 왕이보는 그것도 제대로 들리지 않은 채 고개만 끄덕끄덕 거렸다.
“이제 찍어줘!”
“네.”
카메라를 들어 눈에 가져다 대 초점을 맞추었다. 어느 정도 초점이 맞춰지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찰칵 소리가 나며 그 순간 왕이보 눈에서 샤오잔을 한눈팔 수 없었다.
“어때 잘 찍혔어?”
샤오잔이 웃으며 다가오자 왕이보는 이쁘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응? 뭐라고?”
작게 들린 말에 샤오잔은 고개를 기울였다.
“이쁘세요.”
“어?”
“샤오잔 선배 이쁘시다 구요.”
샤오잔 얼굴을 바라보며 아무런 기색 없이 무덤덤하게 말하는 이보의 모습에 샤오잔은 얼굴이 붉게 올라왔다.
“어..어..어?!”
샤오잔은 어버버 거리며 뭐라고..? ㄴ..내가? 횡설수설 말하며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이쁘세요.”
이보의 저돌적인 말에 샤오잔은 아무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제가 뭐 잘 못 말했나요?”
“ㅇ..아니?! 근데..내가 정말 이뻐..?”
“네 샤오잔 선배 이쁘세요.”
‘아니 얘는 뭐가 이리 직설적이야..?’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이에요. 아까 본 것처럼요.”
“뭘?”
“이렇게 이쁘고 힐링이 된다는 걸요. 아까도 말했듯이 이런 거엔 관심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항상 과제에 얽매여서 구경조차 할 수 없었는데 이런 장소도 와보고 지금이 서야 잘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동기 말대로 저는 대학 생활을 글로 배운 걸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지금 선배 사진 찍고 또 한 가지 알았잖아요.”
“뭔데?”
“선배가 이쁘다는 걸요.”
“그건 아까도 말..했잖아..”
“네.”
지금 이 장소가 둘만 있는 것 같았다. 주변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며 서로 마주 보는 지금 이 시간이 멈추길 바랬다.
*
“샤오잔! 어디가?”
“응 나 강의 하나 더 있어서 본관 가는 중.”
“마침 나도 그쪽으로 가는데 같이 가면 되겠다.”
“그래.”
“야 너 그 얘기 들었냐?”
“뭐??”
“이번 신입생 중에 엄청 잘생긴 애 있다는 거.”
“아 그래? 얼마나 잘생겼길래?”
“야 무슨 거의 조각상이라니까? 나도 봤는데 여자들이 꿈벅 안 넘어 가는 게 이상할 정도야. 남자인 나도 반할 수준이야.”
“그럴 정도야??”
“그렇다니깐. 어! 저기 있다. 저기 쟤야.”
동기는 샤오잔 귀에 속삭이며 말했다.
“응?”
그때 샤오잔 앞으로 걸어오는 왕이보를 봤다. 그날 처음 본 왕이보는 동기의 말대로 잘생겼다.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때의 얼굴은 잠을 못 잔 얼굴이었으며 후드티에 마스크를 턱 밑에 내리며 커피를 쭈욱 마시는 걸 봤다. 왜 아직 신입생일 텐데 왜 저렇게 초췌한 얼굴이었는지 그날 왕이보 에 대해 궁금이 갔다.
“어때 실제로 보니깐?”
“어...뭐 잘생겼네.”
그 이후로도 왕이보를 자주 봤다. 빈 강의실에서 꾸벅 자는 모습과 교내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프린트를 보고 있는 모습까지. 볼 때마다 얼굴은 더 안 좋아 보였다. 마치 자기 과거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가서 말이라도 걸어보고 싶었지만 걸 틈이 없었다. 곧바로 말을 걸려 하면 교수님들을 만나거나 동기들을 만나 얘기를 잠깐 하는 사이에 사라지기 일쑤였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지나고 동아리에서 왕이보 동기 친구를 만났다. 그 애한테 듣기론 매일 과제 하기 바빠 2학년이 되고 나선 술자리 동아리 가입을 아예 한 적이 없다 말했다.
“올래? 1학년 때부터 그랬어?”
동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뇨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어요. 1학년 3월 초반 때부터 그랬는걸요? 그리고 2학교 올라가고 또 1학년처럼 똑같은 루틴이죠. 뭐 안 쓰러진 게 오히려 더 신기하죠.”
“그래..?”
“선배 이번에 그 유채꽃밭 간다고 했잖아요.”
“응? 그렇지.”
“이보 데려와도 돼요? 항상 과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요. 이번에 가는 곳이라면 이보도 힐링을 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초롱초롱 눈과 애걸한 표정으로 샤오잔을 보자 한 치의 고민도 없이 허락했다.
“그래. 데려와.”
“아싸!! 제가 꼭 데려올게요. 선배!”
그렇게 그날이 오길 기다렸다.
*
“아!”
“헉!”
‘만났다!’
“아..죄송합니다..”
“으..아니에요! 괜찮아요!!!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세요?”
‘가까이서 보니 더 잘생...어우 무슨 소리야!! 그것보다 저번에..보다 더 안색이 안 좋아..’
“아...네 괜찮아요.”
‘왜 가만히 있지..? 할말이라도 있나..? 더 얘기하고 싶지만, 강의 시간에 늦겠어.’
“그럼 조심히 가세요.”
‘또 만나자 이보야.’
그렇게 샤오잔은 처음으로 이보의 얼굴을 마주했다. 자기도 왜 이렇게 얘가 신경이 쓰일지는 모르겠다. 처음에는 그냥 동정심에 그랬던 것 같았다. 예전의 자기의 모습이 똑같아 보여. 단지 그런 마음이었는데 아닌 것 같았다. 이 애가 알고 싶어졌다. 더욱더 이 아이에 대해서 관심이 갔다. 이 아이 에게는 내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안될 것 같았다.
*
“음..이보야 네가 생각하는 그 감정은 아마도 좋아하는 감정이 아닐 수 있어. 그러니깐.”
“그 감정이 아니면요?”
“아직 넌 어리고..남자랑 사귀는 건..나도 처음이고.”
“저도 처음이에요.”
“아니 그러니깐..”
우물쭈물 말하는 샤오잔 모습에 이보는 피식 웃으며 슬며시 손을 잡아 왔다. 이보의 얼굴을 쳐다보자 웃는 얼굴이 보였다. 반칙이 다 이렇게 잘생겼으면서 자길 꼬실려 하다니 요망한 남자가 틀림없었다.
“샤오잔.”
“ㅂ..반말은 왜..”
“그게 더 좋으니까요?”
“너 나 놀리지..”
“선배가 귀여운 걸 어떡해요.”
“너...”
“샤오잔 좋아해요.”
“선배 그렇게 놀리는 거 아냐..!”
“진짜예요. 첫눈에 반했는걸요?”
“방금 막..반한 거잖아..!”
“네. 반했어요.”
“너...흐!”
샤오잔은 얼굴을 한 손으로 가리며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선배 제 손은 꼭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가리는 거예요? 저 조금 감동인데요?”
“헉 ㅇ..이거 놔..!!”
“놔주면 도망갈 거면서.”
“너..너! 내가 알던 애가 아니야!! 왜 이렇게 적극적이야?”
“아닌데요? 저 올래 이런 성격인데요?? 몰랐어요??”
“너...! ㅅ..손 놔..!!! 나 사진 찍으러 갈 거야!”
“같이 가요. 제가 사진 또 찍어 줄게요.”
“으아앙!”
그렇게 우리의 정식적인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그 첫 하루는 이보에게 얼마나 크나큰 변화를 주었을까. 샤오잔 이라는 사람을 만나 그에게 얼마나 고마운지 표현할 수가 없었다. 힐링이라는 것 자체를 믿을 수 없었던 이보에게 희망을 준 것처럼 그에게도 이제 자기 자신에 대한 변화가 올 것인가.
*
“샤오잔 일어날 시간이야~”
“우응..”
“아침이야.”
“벌써어...?”
“벌써 10시에요~”
“으응...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어?”
“당연하지.”
샤오잔 두 어깨에 팔을 넣어 쭉 들어 올렸다.
“흐어..이보 오늘 엄청 일찍 일어났네. 평소 같으면..내가 먼저..커..흐으...”
“쟌거 말하다가 자면 안 돼.”
“흐엌!..ㅁ..미안...”
“하하 요즘 일이 너무 바빴지?”
“아무리 프리랜서라고 해도..힘들구나...”
“내가 다 한다니깐..쟌거는 이제 쉬어도 돼. 내가 매번 말하잖아.”
“어떻게 그래..너만 혼자 일하면..”
“압빠!”
명쾌하고 밝은 목소리로 말하는 두 명의 아이들이 방으로 뛰어왔다.
“수오 유에! 그렇게 달려오면 다친다고 했잖아!”
“헉..! 힝..죄송해요..”
아이들은 두 손을 공손히 모아 꼼지락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이보는 아이들을 안아 올려 침대에 눕혔다. 아이들은 꺄르륵 웃었다. 혼난 지 1초밖에 안 됐으면서 금세 까먹고 샤오잔 몸에 올라타 압빠압빠 소리를 치며 일어나는 주문! 소리를 치며 외쳤다.
“으앗~ 우리 귀여운 수오 유에 가 아빠 품에 안 내려오면 아빠는 못 일어나요.”
“우웅?”
“이리 내려오세요~”
왕이보는 두 팔을 벌려 수오 유에를 안았다. 멀뚱히 서 샤오잔 기지개를 피는 걸 봤다. 쭉 피고 침대에 일어나 유에를 받아 안았다. 유에는 꺄르륽 거리며 샤오잔 품에 꼬옥 안겼다.
“우리 왕자님 공주님 오늘 할 일이 뭘까요??”
“가족사진 찍기!”
“옳지. 그럼 나가기 전에 뭘 해야 하죠?”
“밥 먹고 씻고 이쁜 옷 입고 나가기요~!”
“오구 잘했어요! 똑똑이네~”
“히히!!!”
"자 얼른 준비하고 나가자~"
"네에!"
*
새로운 변화가 또 한 번 찾아왔다. 그간 많은 세월이 지나고 둘 다 대학교 졸업을 하고 프리랜서로서 살아가고 있다. 물론 샤오잔은 졸업을 앞둔 뒤에 회사에 들어가겠던 꿈은 잠시 미루고 한 치의 망설임도 프리랜서로 활동을 하고 회사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모든 뜻을 다 이해해 주고 존중해 준 이보는 처음에는 반대했었다. 형 실력이면은 대기업도 거뜬히 들어 갈 수 있는 능력인데 왜 들어가지 않냐고. 그러니 나오는 말은 이보의 마음을 슬프게 만들면서도 기쁘게 했다.
“너랑 같이 있으려고.”
그 단 하나의 말에 이보는 그 자리에서 눈물을 보였다. 단지 나 하나 때문에 회사를 나중에 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눈물을 퐁퐁 쏟으며 샤오잔은 얇은 미소를 띠며 이보를 꼬옥 안아줬다.
“아이요~ 우리 이보는 울보 쟁이네”
“흐..흐윽..”
“나 진짜 괜찮아. 이보야 후회하지도 않고 응? 그러니까 울지마.”
“후회 진짜 안 해..?”
“당연하지, 나도 이걸 고민하는 데 오래 걸렸고 아직 내가 생각하기엔 부족한 점도 있고 지금 당장 회사에 안 들어간다 해서 내가 무너질 사람도 아니고 이보랑도 해 보고 싶은 게 많은걸?”
3월 14일 유채꽃밭 둘이 처음 만났던 날. 그날 이후로 왕이보의 변화가 점차 변해만 갔다. 한 번도 동아리에 가입하지 않았던 아이가 사진 동아리에 들어와 활동적으로 참여했으며 교수님들이 주는 과제는 제출하는 날짜에 맞추어 느슨하게 풀어나갔다. 거기에 한 번도 연애를 제대로 즐겨보지 못한 왕이보와 샤오잔에겐 첫봄이 찾아왔다. 어느 순간 둘에 의해 핑크빛 한 기류가 흘렀지만 다들 예상한 뒤로 cc가 되었다. 물론 처음에는 비밀연애로 다녔지만 이보의 스킨쉽에 금방 들키고 말았다. 예상으로는 다들 안 좋게 반응을 보일 줄 알았지만, 드디어 공개 연애 밝히냐면서 이걸 보는 우리는 언제 얘기해 줄지 기다리고 있었다며 축하한다고 얘기했다. 둘은 그렇게 학교 내 인기 커플이 되었으며 한 학년인 샤오잔은 졸업을 앞둔 채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가끔 신경질이 날 땐 잘못 없는 이보에게 화를 냈지만 이보는 아무 말 없이 샤오잔을 꼬옥 안아주며 다독여 주었다. 그럴수록 샤오잔은 미안하다며 울음을 퐁퐁 쏟아내기도 했다. 가끔이나마 이보는 샤오잔보다 한 학년 아래이기도 하니 혼자만의 대학 생활을 즐기지 못한다는 생각에 자퇴 얘기를 하다 머리털이 다 뽑히는 줄 알았다.
“졸업 안 하면 동거도 없어.”
“응..”
그 말에 왕이보는 속수무책으로 꼬박 대학교를 다녔다. 가끔은 동기의 권유로 의해 술자리에도 나가봤다. 그때는 술 한잔도 걸치지 않고 친구들끼리 수다를 가끔 떨며 샤오잔 연락을 계속 받으며 나왔던 터라 재미있는 가치를 못 느꼈다. 샤오잔은 재밌게 놀고 왔냐는 물음에 그냥 그럭저럭 시큰둥하게 말했다.
“왜? 별로였어?”
“그건 아닌데 내 적성이 아닌가 봐.”
이런저런 말을 들어보니 샤오잔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이요~ 샤오펑요야. 그러니 흥미를 못 느낀 거지.”
술도 안 마시고 자기 연락만 오길 받고 그러니 재미가 없으니 마시고부터는 분명 즐겁다 그러니 그때만큼은 자기의 연락을 안 봐도 되니 재밌게 놀고 오라고 말했다. 그게 샤오잔의 인생의 첫 실수였다. 필터가 끊겨 샤오잔 집에 찾아와 자기가 어떤 행동을 한 지도 기억이 전혀 나지 않은 왕이보를 그저 샤오잔은 자기 입을 때리며 머리를 골 맸다.
“두고 봐라..왕이보...아침에 일어나면 넌 밥도 없다.”
“흐엉 쟌거..보러가야해..”
“어휴..”
잠꼬대하는 왕이보 발목을 잡아 질질 끌어 대충 침대에 눕혀 재웠다. 잠을 자면서까지도 샤오잔을 부르니 저 입을 줄로 묶어 버리고 싶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샤오잔은 대충 소파에 누워 잠을 청했다. 아침이 되고 나서야 왕이보는 눈을 떠 주위를 돌아봤다. 아무리 봐도 자기의 방은 아닌데 어디지..?친구 집인가 싶어 침대에 내려와 방문을 여니 문 앞에는 샤오잔이 팔짱을 끼며 눈웃음을 치고 있었다.
“어..?하..하하...ㅈ..쟌거..”
“왜? 무슨 일이라도 있어?”
“하..하하..”
왕이보는 살며시 무릎을 꿇어 손을 들었다.
“ㅈ..잘못했어..”
그날 이후로 왕이보는 평생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로부터 왕이보도 대학교 졸업을 하고 샤오잔 처럼 프리랜서로 살아가며 동거가 시작했다. 작지도 않은 공간에 둘은 매우 만족을 했다. 이 정도면은 충분히 돈을 벌며 생활할 수 있다 생각했다. 언제는 일이 많으면 밥도 못 먹은 채 자리에 앉아 일해야 했으며 언제는 일이 너무 없어 편안히 티비를 보며 푹 쉬었다. 그러곤 이보의 첫마디에 샤오잔은 소파에 벌떡 일어났다.
“쟌거 우리 부모님 볼래?”
“어?!”
“이제 부모님께 쟌거 소개하고 싶어서.”
“아..나도 이제 슬슬 소개 시켜 주려 했는데.”
“너무 급하면 나중에 만나면 돼. 쟌거 부담 주려고 말한 건 아니야.”
“응응 괜찮아.”
“알았어. 그럼 다음 주에 괜찮아?”
“응응 괜찮아.”
그렇게 각자 남자친구 부모님 만나기가 시작되었다.
*
‘긴장된다..’
“쟌거 긴장돼?”
“으응?..긴장되지..이보 부모님 인데..”
“괜찮아. 내가 있잖아.”
“으응..”
‘그 뜻이 아니라고ㅠㅠ!’
*
어느덧 일주일이 지나고 대망의 이보의 부모님을 만나는 날이 되었다. 그 날따라 샤오잔은 옷이랑 머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이보 앞에 나왔다.
“쟌거 무슨 상견례해..?”
“이상해..?”
“아니 이상하지는 않은데..푸흐..ㅎ하하!”
“왜..?”
“아니 하하..!! 그렇게 안 입어도 돼 쟌거~ 편하게 입어.”
“그래도 될까..?”
“당연하지. 아 오랜만에 쟌거 고장 난 모습 보니깐 귀엽네.”
“으으...”
*
그렇게 편한 차림으로 이보의 부모님을 처음 만났다. 처음에는 두 분을 만나 샤오잔은 몸이 경직되며 덜덜 떨리는 인사를 건넸다. 이보의 부모님은 웃으시며 샤오잔을 따듯하게 대해줬다. 근처 조용한 카페로 들어가 얘기를 나누니 이미 이보의 어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얘기 많이 들었어요. 샤오잔씨 우리 아들 잘 부탁드릴게요”
“아 네..!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네..? 무슨 얘기를요..?”
“호호 여보 샤오잔씨 봐 너무 귀엽지 않아? 너무 토끼 같아!!”
“아파. 그만.”
“에..?이보야..?”
“쟌거 그게....”
이때 동안 있던 상황설명을 들은 샤오잔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ㄱ..그럼 다 아셔..?”
“호호 샤오쟌씨 내가 미안해요. 내가 이보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당부를 해서요!”
“에? 그럼..”
사건의 전말은 그랬다. 일주일 전 이보가 샤오잔 한 테 부모님을 만나러 가자 할 때 이미 연락해둔 상태였다. 처음 샤오잔과 사귈 때도 이미 부모님께 알려 모든 사실을 알고 계셨다. 그걸 모르는 샤오잔은 조마조마하며 긴장은 탄 건데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사귀시는 것도 알고 있으셨나요?"”
“어머 당연하죠! 이보가 얼마나 자랑을 하던지~”
“어..”
“샤오잔씨 이보가 아직 어려서 말썽꾸러기고 우리 남편처럼 무뚝뚝 하지만 마음만은 강해요. 그러니 우리 아들 샤오쟌씨에게 맡겨도 될까요?”
“그럼 당연하죠..!! 저야..감사합니다!”
“엄마 내가 물건이야 맡기게?”
“조용히 해 넌!”
샤오잔은 문득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좋게 봐주신 것만 해도 이 자리에서 눈물이 보일 것 같았다.
“샤오잔씨.”
“네..!”
“우리 아들 잘 부탁하네.”
짧고 묵직한 말로 말하자 샤오잔은 흠칫 놀랐다.
“어머 여보 샤오잔씨 놀랬잖아요!! 샤오쟌씨 남편이 화가 난 게 아니라 올래 이런 말투에요!! 여보!! 그러니깐 내가 고치라고 했죠!!”
남편의 어깨를 팡팡 치자 이보의 아버지는 헛기침을 하곤 미안해요. 그 말만 하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머 여보 어디 가요?”
“얘기할 거 다 했으니 이제 둘이 놀게 해줘.”
“에..? 아니에요!!”
“어머 그러네!!!”
“얼른가. 나 쟌거랑 데이트하게.”
“왕이보.”
“넵.”
“엄마한테 좋은 말.”
“어..어머니 형이랑 놀고 싶어요..”
“그래 우린 샤오잔씨 얼굴만 보고 갈려 했는데 말이 길어졌네! 샤오쟌씨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나중엔 우리 집에 놀러 와요. 맛있는 거 많이 해줄게요!”
“네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어머님.”
“어머 어머님 이래~ 이러니깐 새아가 같네~”
‘새아가...’
“여보.”
“알았어요. 이제 갈게요~~ 왕이보! 너 샤오잔씨 한테 잘해!! 샤오잔씨 울리면 너 사겠다는 바이크도 허락 안 해줄 거니깐!!”
“ㅇ...알았어요..”
입을 꾹 다문 왕이보의 새삼스러운 모습에 샤오잔은 얇게 웃음이 나왔다.
“아 어머님 앞까지 모셔다드릴게요.”
“아유 그럴 필요 없어요~”
“아니에요. 제가 해주고 싶어서..”"
“그럼 그럴까요?”
샤오잔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어머니가 팔짱을 껴오며 말했다.
“내가 언제 한번 이렇게 잘생긴 남자와 팔짱을 껴보는 게 소원이었어요~”
그러자 왕이보의 아버지는 이보의 팔을 확 끌어당겼다.
“그래 여보는 샤오잔씨랑 살아. 나는 이보랑 살 거야.”
“나는..왜!! 난 샤오잔이랑 평생 살 거야!!! 형..!! 쟌거!!!”
그렇게 아버지 팔에 끌려가는 이보를 지켜보는 샤오잔은 흐흐 웃었다.
“우리 남편이 저렇게 질투가 심해요.”
“괜찮아요. 이보도 그러는걸요.”
“정말요? 난 살면서 우리 아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서 몰랐는데. 샤오잔씨 한 테만 보여주는구나!”
“이보는 정말 어머님을 많이 닮았어요.”
“어머 그래요?”
“네. 얼굴은 아버님을 많이 닮으셨고 행동이나 다른 건 다 어머님을 닮으신 것 같아요.”
“샤오잔씨가 보는 눈이 또 있네~”
“하하. 감사해요.”
둘은 웃음을 보이며 카페를 나오니 두 남자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샤오잔씨 첫 만남에 미안하지만, 아내를 돌려주세요.”
“엄마 빨리 쟌거 줘.”
“샤오잔씨 어쩔까요?”
“하하..어머님 오늘은 아쉽지만, 나중에 만나실 때 저랑 단둘이 데이트 해요.”
“어머 너무 좋죠!”
“안돼!”
“나도 안돼.”
“어머 이건 나랑 샤오잔씨의 약속이니 여보가 안된다고 해도 난 갈 거예요!”
“여보..”
“쟌거 빨리 말 취소해..”
“하하..”
“그럼 샤오잔씨 갈게요. 나중에 봐요.”
“네 들어가세요. 어머님. 오늘 만나 봬서 너무 좋았습니다.”
“나도 우리 샤오잔씨 만나서 너무 좋았어요~ 나중에 또 봐요.”
어머니는 그렇게 아버님 팔짱을 끼고 손 인사를 건네며 돌아갔다.
“쟌거.”
“응?”
“고마워.”
“당연한 건데. 이보도 곧 있으면 우리 부모님 만나야 하는걸?”
“그러네! 아까처럼 나도 쟌거 처럼 옷 빼입고 그러려나?”
“하하 너도 평소대로 입으면 돼.”
“알았어. 나도 쟌거 부모님께 잘 보여야지.”
“근데 왕이보. 왜 나한테 거짓말했어?”
나왔다. 샤오잔의 무서운 미소..
“그..그게 있잖아 내가 그러려고 한 게 아니라..ㅇ..엄마가..하하..쟈..쟌거..”
왕이보는 또 한 번 느꼈다. 남자친구에게 거짓말을 하며 지옥을 맛본다는 거 그날 이후로 왕이보는 두 번째로 손을 들며 혼이 크게 났다. 그렇게 첫 왕이보 가족분들을 만나 무탈 없이 지났다. 물론 아직 샤오쟌 내 부모님을 만나기 전이라 왕이보는 며칠 전부터 인사연습을 했다. 뭘 하냐고 하니 가족분들에게 인상 좋게 보이려고 하는 연습이라고 했다. 거기에 웃음이 빵 터진 샤오잔은 뭘 그러냐고 지금도 충분히 인상 좋다고 평소대로 하라고 했다. 시간은 또 빨리 지나 샤오잔내 가족들은 만나는 시간이 왔다. 이번에는 카페가 아닌 샤오잔네 본가였다. 한층 더 긴장한 왕이보는 손에 땀이 가득 찼다. 문 앞에 도착해 샤오잔은 말했다.
“이보 괜찮아..?”
“어..?어어 당연하지..”
“하하...본가라서 미안해..어머니가 오랜만에 오라고 해서 너도 오는 건 아는데..ㅇ..이보야..?”
왕이보는 동공이 빠르게 움직이며 한 대 툭 치며 거품을 물고 쓰러질 것 같은 표정이었다.
“ㄱ..괜찮아??!!”
“나..나 진짜 괜찮아..! 쟌거..!..무..문열어..!”
“너..너무 긴장하지 마..그러다..쓰러지겠다..”
“어..어..알았어...”
샤오잔은 이보의 손을 한껏 꽉 잡아주고 집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
“저 왔어요~”
해맑은 목소리로 말하자 샤오잔 어머니가 다가오셨다.
“아들 왔어? 이게 얼마 만이야 그동안 잘 지냈니?”
“네. 어머니도 무탈 없이 잘 지내셨죠?”
“그럼. 어머 옆에는..?”
“아 안녕하세요. 저는 왕이보 라고 합니다..! 빈손으로 오기 그래서 과일이라도 사 왔습니다!”
큰 소리로 말하자 샤오잔은 고개를 틀어 히끅히끅 웃었다.
“호호 고마워요. 자 이렇게 현관문에 서 있지 말도 들어와요.”
“아..네!”
“푸흐..흐흫...”
“쟌거어...망했나 봐...”
“응?..아냐..푸흐..”
“그..그만 웃어..”
왕이보는 귀가 터질 것 같았다. 현관에 신발을 벗고 집안에 들어서니 샤오잔 아버님이 보이셨다. 이보는 90도로 허리를 꺾어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왕이보 라고 합니다.”
“아버지 저번에 같이 오겠다던 이보에요.”
“어서 와요 이보씨.”
“이보씨 여기 앉아요.”
“아 뭐 시킬 거라도 없나요..?”
“네 쟌이랑 같이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요. 여보 이리 와 봐요.”
“앉아 이보야.”
“어..응..”
왕이보는 자리에 앉아 주위를 슬쩍 둘러보니 벽에 걸린 액자를 쳐다봤다.
‘쟌거 어릴 때 인가..’
“이보야 이보야.”
“응?”
“이제 좀 괜찮아?”
“으응 긴장이 조금..풀렸네.”
“바 봐. 긴장할 거 없어.”
샤오잔은 웃으며 말했다.
“근데 나도 긴장된다. 막상 말하려 하니깐..”
둘은 식탁에 앉아 속닥속닥 조용히 말하니 바로 샤오잔 어머니가 오셨다.
“막상 처음 온 손님이라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네요.”
“아닙니다. 저 다 잘 먹어요!”
“그래요? 다행이네요.”
한 식탁에 네 명이 앉아 다 왕이보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자 얼른 먼저 먹어봐요. 이보씨.”
“어..어 네..”
먼저 젓가락을 든 왕이보는 반찬을 집어 먹었다.
“흡..!”
“이..이보야..?”
급격히 이보의 얼굴이 시뻘겋게 올라왔다.
“어머 이보씨 매워요??!!”
“아..아뇨 쓰읍..”
“어머 매워하는데요? 여기 물 마셔요. 얼른.”
“쓰읍..ㄱ..감사합니다..”
이보는 물컵을 받자 원샷을 때려 넣었다.
“이보씨 괜찮아요..?”
“아..네..”
“이건 먹지 마요.”
“아 아니에요! 먹을 수 있어요!”
“억지로 먹는 건 좋지 않아요. 그러다가 탈 나요.”
“네..”
“괜찮아 이보야?”
“으응..”
‘아 진짜ㅠㅠ 망했다.’
“이보씨 이쪽이 안 매운 거예요. 이거 드세요.”
“아 감사합니다.”
왕이보는 장아찌를 집어 먹자 방금 것보다 안 맵고 시큼하며 맛있었다.
“이건 안 매워요. 그리고 엄청 맛있어요!”
“그래요? 입맛에 맞아서 다행이네요. 쟌아 너도 입맛에 맞니?”
“네 어머니 엄청 맛있어요.”
“그래 다행이구나. 그래서 언제부터 사귄 거야?”
쨍그랑- 젓가락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이보와 샤오잔은 표정이 정지되었다.
“ㅇ..어떻게 아셨어요..?이따 말씀드리려 했는데..아니..”
“어머 얘는 아까 문 열 때 떡하니 손잡고 있었는데?”
‘망했다..’
“여보 일단 밥 먹고 얘기해보자고.”
“그러네 일단은 밥 먹고 다시 얘기하자꾸나.”
둘은 다시 젓가락을 들어 조용히 밥을 먹었다. 아까 당황한 기색도 없었던 샤오잔도 동공이 흔들리는 게 보였다. 어떻게 밥을 먹고 넘겼는지도 모르는 채 벌써 식탁에 있던 반찬과 그릇이 다 사라진 상태이었으면 가운데에는 이보가 사 온 과일이 놓여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 정말 죄송해요..! 사실 빨리 말하려 했는데 너무 늦게 말하는 것 같아서..저 근데 이보 정말 좋아하고 사랑해요. 이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요..그러니깐..헤어지시란 말은..”
“어머 얘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네?”
“엄마가 설마 헤어지라고 말하게?”
“아니었어요.?”
“엄마를 어떻게 보는 거야. 엄마는 오히려 너무 좋은데. 여보도 그렇죠?”
“응.”
“오히려 네가 누구랑 안 사귀고 이대로 독신으로 살까 봐 선도 알아보려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네! 엄마는 남자친구라도 생겨도 너무 좋다 얘.”
“저..어머니..!”
“응?”
“저 샤오잔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아직 제가 형보다 어리고 어머님 아버님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지 못하지만, 저 정말 노력할게요. 샤오잔 옆에 당당히 서 있을 수 만한 멋진 남자가 될게요.”
짧은 말에 샤오잔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조심히 이보의 손을 잡아 오는 샤오잔은 웃으며 말했다.
“네 어머니 저도 이보 사랑해요. 진작 말씀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호호 얘 그렇게 진지하게 말 안 해도 이미 다 엄마 마음에 쏙 들어.”
“정말요..?”
“그럼~ 이보씨 우리 쟌이 잘 부탁드릴게요. 우리 쟌이 행복하게 해줄 수 있죠?”
“네 당연합니다. 정말 형 눈물 안 나게 매일 행복하게 해줄 자신 있습니다.”
“호호 그럼 된 거예요. 그렇죠. 여보?”
“응 그럼 된 거야. 우리 쟌이도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됐구나.”
“아버지..”
눈가가 붉어지는 게 느꼈다. 이렇게 이해해 주시는 부모님과 존중해주는 마음에 그간 울지 못했던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큰 키에 두 분을 꼭 안아 우는 샤오잔에 모습에 왕이보도 가슴 한켠이 뭉클해졌다. 두 분은 샤오잔 등을 토닥이며 그간 수고했다며 좋은 예비 신랑과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라는 말과 함께 남자친구 소개가 끝났다.
“오늘 만나서 어땠어?”
“엄청 좋으신 분이셨어 샤오잔 처럼 두 분 모두 친절하시고 고우셨어.”
“그래? 근데 이보도 가족분들도 마찬가지야.”
“그러네.”
해가 점점 내려가 노을빛이 보일 때 둘은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 집을 향하면서 둘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이제껏 혼자 대학 생활을 즐길 때 얘기를 나누었다. 그때는 샤오잔이라는 사람을 몰라 대학에 대한 즐거움이 없었다며 형을 만나 정말 행운이라며 온갖 칭찬을 난발했다. 샤오잔은 하하 웃으며 자기에 대한 대학 생활을 얘기해주며 그렇게 서로의 점차 이런 성격이며 일을 할 때 이런 스타일이라는 걸 다시 처음 또 깨달았다. 서로 새로운 점을 알아낸 두 사람은 그 날따라 마음이 한결 편했으며 서로 더 존중하고 의지할 마음이 더 커져만 갔다. 그런 날이 항상 매일 오길 바라며.
*
그렇게 서로의 의지 존중 사랑이 한데 뭉쳐 축복의 날이 찾아왔다. 한 생명의 아이들 태어나 왕이보 샤오잔 앞에 나타났다. 이름은 왕수오 샤오유에 아들과 딸이었다. 첫 번째 수오를 낳고 사진을 찍었을 땐 왕이보가 한껏 펑펑 우는 모습이 찍혀있었다. 두 번째로 유에를 낳았을 땐 더욱더 우는 모습이 찍혔다. 처음 애를 가질 땐 너무 힘들고 감정 기복도 심해 울거나 많이 우울해져 있었다. 그때마다 왕이보는 안아주고 토닥이며 맛있는 복숭아를 건 내와 먹여주며 재워주며 언제나 응원해주며 사랑을 듬뿍 주었다. 두 아이가 샤오잔과 왕이보에게 찾아와 엄청난 큰 행운을 주었으며 이제는 네 명의 완성된 가족으로서 더욱더 행복하며 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
“압빠아”
“응?”
수오 유에가 샤오잔 발에 매달려 말을 했다.
“우리는 매년 항상 여기서 찍는데 여기는 어디에엽”
“너희 아빠를 처음 만나 수오 유에를 가진 계기라고 할까나?”
“우와아앙”
“흐흐 아빠에게는 엄청 특별한 날이야.”
“그럼 저희두요?!”
“당연하지. 너희 아빠를 안 만났으면 수오 유에도 못 봤을걸?”
“헤헤 아빠 체고!!”
“응? 뭐야 무슨 얘가 하고 있었던 거야?”
“우리들만의 비밀~”
“뭐야 이거 질투 나는데”"
왕이보가 유에를 안아 올리자 유에는 꺄르륵 웃으며 더 높이 더 높이! 소리쳤다.
“그러다가 다쳐~조심해”
“응응”
“압빠 수오도 안아죠!”
“옳지 일루와!”
샤오잔은 수오를 들어 안아 높게 올려주었다.
“슈웅슈웅 비행기다~”
“꺄아~”
“어 샤 아빠도 하네 유에야 더 높게 날자~”
“압빠 더높이!!”
유에와 수오는 꺄르르 웃으며 드넓은 꽃밭을 달렸다.
“신랑분 이제 사진 찍을 시간이에요.”
사진사의 말에 샤오잔은 수오 유에 에게 말을 했다.
“사진 찍고 비행기 더 태워줄게. 그때까지 뭐다?”
“압빠 말 잘 듣기! 움..혼자 돌아다니지 말기! 아빠들 손 꼭 잡기!”
“옳지! 잘 기억하네.”
샤오잔은 두 아이를 보고 웃자 이보도 미소를 보였다.
“이제 가서 찍자.”
“응”
둘은 사진사가 있는 카메라를 보고 자세를 잡고 해맑은 미소로 웃었다. 사진사는 그 표정이 아주 좋다고 했다.
“자 이제 찍겠습니다. 하나, 둘, 셋, !”
셔터가 눌리자 찰칵거리는 소리에 사진에는 해맑게 웃는 네 명의 사람이 보였다.
*
서로의 사랑이 커질수록 붉은 끈이 더 두꺼워지고 끊어내기 힘들다는 소리처럼 이 둘에게도 사랑이 점점 커져만 갔다. 그들이 처음 만나 유채꽃밭이 이어준 운명처럼 이렇게 행복한 삶을 이어갔을까. 왕이보에게 진정한 희망을 준 장소. 샤오잔에게 사랑을 준 장소. 절대 잊을 수 없는 장소 크나큰 변화를 주었다. 샤오잔 왕이보 란 사람을 만나 서로에게 의지가 되었으면 서로의 소중함이 얼마나 강한지 느끼게 해줬다. 서로를 바라보며 위해 살아가는 자신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하루하루가 꿈 같다면서도 현실인지 볼을 꼬집기도 했다. 이젠 매년 3월 14일만 다가오며 네 명의 가족은 사진찍기 바빳다. 처음엔 동아리 사진으로 인해 첫 백일 1주년 2주년 횟수는 점점 늘어가며 샤오잔이 배가 불러 나와 촬영한 장소도 유채꽃밭이었다. 저번에는 매년 유채꽃밭 가는데 질리지 않냐고 물어보는 이보의 말에 샤오잔의 미세하게 웃으며 첫 만남이 거기인데 질리는 사람이 있을까 이보는 질려? 라는 말에 이보도 웃으며 샤오잔을 꽉 끌어안았다.
“샤오펑요 언제 이렇게 어른스러워졌을까?”
“나는 올래 어른스러웠어.”
“거짓말. 너 대학생 때 얼마나 울었는데.”
“그건 어릴 때고.”
“하하. 그때만 해도 너 우는 얼굴만 보면 얼마나 귀여웠는데.”
“지금은 안 귀여운 거야?”
“그럴 리가. 그때도 지금도 귀여워.”
샤오잔은 이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손을 꼬옥 잡았다.
“쟌거?”
“나를 사랑해주고 너의 인생을 전부 줘서 너를 만나 이렇게 행복한 삶을 줘서. 고마워 이보야.”
샤오잔은 얇은 웃음을 보이며 이보를 바라봤다.
“나도 샤오잔 당신을 만나서 행복해. 나에게 희망이라는 걸 알려줘서 고마워. 그때 난 그 장소에 가지 못했더라면 샤오잔을 못 만났을 거야.”
손깍지를 껴오는 손길에 샤오잔은 웃으며 말했다.
“사랑해 왕이보.”
“나도 사랑해 샤오잔.”
둘은 이마를 맞대며 웃었다. 두 남자의 왼손 약지에 반지가 반짝이며 따스한 햇볕이 창가에 비치며 식탁에 보이던 액자가 비치기 시작했다.
“헉 수오랑 유에 올 시간이다!”
“그러네.”
“얼른 내려가자.”
“응응”
둘은 허겁지겁 휴대폰과 지갑을 챙겨나갔다. 아마도 아이들과 같이 장을 보려 하는 듯했다.
띠리릭- 현관문을 여니 유치원 차 온 소리가 들렸다.
“유치원 차 왔나 보다”
“그러네.”
“오늘은 저녁 뭐 먹을까?”
“글쎄. 쟌거가 먹고 싶은 거?”
“하하 그럼 오늘은 다 같이 오므라이스 어때?”
“난 다 좋아.”
“그래 그럼 그걸로 하자.”
띵 9층입니다-
엘리베이터 알람음이 들리자 현관문 문을 닫고 둘은 엘리베이터 안에 타 1층을 누르고 문이 닫혀 내려갔다.
그 동시에 현관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삐릭-띡
고요한 집안에 베란다 창문이 살짝 열려있었다. 아마 창문도 안 닫고 간 듯하다. 그때 바람이 날려 커튼 이 위로 펄럭 날리고 내려오자 거기엔 여러 액자가 놓여 있었다. 첫 번째 액자에는 한 명의 남자가 유채꽃을 들고 웃는 모습이 찍혀있었으며 두 번째 액자는 두 남자가 흰색 턱시도를 입은 채 웃으며 찍힌 사진 세 번째 사진은 어떤 남자가 울면서 아이를 껴안는 사진 네 번째 사진은 네 명의 행복한 가족들이 웃으며 찍혀있는 사진이 있었다.
5201314
평생 너를 사랑해.
-完-
안녕하세요 탕갈이 입니다.
이번에 합작을 열어주신 주최자님께 먼저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합작을 준비하면서 걱정도 많았고 실수를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마감준비를 하면서 함께 다독여주고 응원해주신 트친분들께도 감사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첫 합작이어서 많이 긴장도 하고 여러 고민도 많았는데 여차저차 제 취향을 듬뿍(?) 담아서 써봤습니다
고증이 잘 실렸을지.. 싶지만..ㅎㅎ 가벼이 넘어가 주시고 재밌게 읽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모두 건강 조심하시구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빌겠습니다 모두 해피 왕샤오 하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