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dawa85105
우주에 피는 꽃
우주에 피는 꽃
w. DODAWA
1.
생기를 가진 신선한 내음이 낯설어 문득 주위를 둘러본다. 눈앞이 온통 환해지도록 노란 들판 한가운데에 그가 서 있다. 그 위로 광물처럼 발광하는 푸른 하늘이 대비되듯 펼쳐져 있다. 눈이 빠질 듯 아연한 고채도의 풍경이다.
미생물이 활발히 활동하는 묵직한 흙내음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차올라오는 걸 맡으며 샤오잔은 모체 없는 감정이 올라옴을 느꼈다. 손등과 팔에 스치는 제법 단단한 줄기와 노란 꽃의 미세 솜털이 부드럽고, 톡 튀어나온 수술은 지린내를 위로 퍼트린다.
감상이 깨지자 샤오잔이 미간과 콧잔등을 찌푸리며 자리에 멈춰 섰다. 생긴 건 다른 꽃 못지않게 예쁜 향을 퍼트릴 듯 생겨놓고 어쩜 저럴까, 의문이지만 자연에는 법칙과 이유가 있기 마련임을 알고 있다. 제 기준에서 치명적인 오류가 있더라도 도태되어 멸종하지 않은 걸 제외하고는 모두 쓸모가 있었다. 씨앗이 존재하고 그 유전자를 그대로 복제해 배양하는 데는 목적이 있다. 저는 그저 그 지시를 따를 뿐이다.
그때 샤오잔의 귓바퀴가 움찔했다. 안드로이드처럼 센서가 달린 건 아니지만, 수풀 사이를 가르고 슬금슬금 다가오는 무언가의 기척이 느껴질 정도로 그는 귀가 예민했다. 청각만이 아닌 후각과 촉각 또한 발달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시력은 좋지 못했다. 이럴 때마다 샤오잔은 생각한다. 이것이 과연 우성 유전자가 맞을까?
자문하는 그의 앞으로 아직 정체 모를 무언가가 성큼 다가와 숨어있다. 샤오잔은 눈을 부릅뜨고 최대한 신경을 곤두세우며 주위를 살폈다. 만개한 유채꽃밭 사이에 숨은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것이 절 지켜보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샤오잔은 그것이 저를 따라오는 소리의 방향을 알아내려고 부러 발을 앞으로 옮긴다. 스스슥 움직이는 그것은 꽃줄기끼리 부딪치는 소리처럼 들린다. 바닥을 딛는 소리가 없는 걸로 보아 발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날아다니는 것… 벌레? 새? 아니, 그보단 무게감 있는 무언가다.
집중하기 위해 별달리 도움이 되지 않는 눈을 감는다. 그것이 숨어서 저를 지켜보는 것이 아닌 조심스럽게 거리를 좁혀오는 것이 느껴진다. 그것에 적의는 느껴지지 않는다. 샤오잔은 숨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눈을 떴다. 다시금 익숙지 않은 고채도 빛이 눈을 따갑게 쏘며 본인의 영역을 점차 확장했다. 그런 그의 눈앞에 양손으로 잡으면 살짝 넘칠 듯한 크기의 초록빛 구체 하나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샤오잔은 곧 눈치챘다.
공이다.
신소재와 기술력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신(新) 지구에서 자라는 아이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공의 역할만 하는, 말 그대로 공이다. 신 지구의 공은 크기와 질량을 조절할 수 있었다. 심지어 색과 촉감, 탄성까지 조절해 때에 따라 바꾸어가며 사용할 수 있었다. 가장 작고 가벼운 구(舊) 지구의 탁구공 같은 공부터 농구공 크기와 무게까지.
이 공은 어디서 온 거지?
절 찾아온 공은 바닥도 아닌 허공에 떠 있다. 구 지구에서 성행한 스포츠의 잔재인 공은 신 지구 아이들이 가끔 가지고 노는 수준에 멈춰있다. 구 지구의 과거 데이터가 있어 언제든 살려낼 수 있지만 말이다.
그 순간 샤오잔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모체 없는 감정을 느낀 자신이 창피해졌다. 그리움이라니, 실제로 경험해보지도 못한 것에 대한 향수라니, 말도 안 되지, 정말 웃기지도 않아. 샤오잔은 본인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파악했다. 공에 정신이 팔린 사이 유채꽃의 묘한 냄새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말은 되지만 현실감 없는 곳. 가장 극적인 무의식.
그때 땅이 진동하며 샤오잔의 몸이 거세게 흔들렸다. 그리고 하늘이 열리는 동시에 눈이 뜨였다.
+++
“이봐 샤오 선생, 언제부터 잔 거야?”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자 샤오잔은 인상을 구기며 살짝 기지개를 켰다. 그가 눈을 뜬 곳은 커다란 검은 창을 제외한 벽과 바닥이 전부 회색인 공간이었다. 고명도 고채도로 채워져 있던 꿈과는 전혀 다른. 샤오잔에게는 이쪽이 훨씬 안정적인 정경이다.
“식사하면 졸음 온다고 캡슐로 점심 때우더니, 결국 졸린 건 매한가지잖아? 너무 무리한 거 아냐?”
곤히 자고 있던 샤오잔을 깨운 건 구 지구 복원센터 동료이자 동물 복제‧복원팀 소속인 인공 2세 백준이었다.
현재 신 지구의 인류는 세 종으로 나뉘어있다. 지구와 가장 흡사한 수질과 중력을 가진 행성을 발견하고, 그곳을 제2의 터전으로 만들기 위해 뿌리 내린(그 외에 구 지구의 오염과 재해가 극에 달했을 때 도망칠 재력이 있던) 이민자연계 인간. 자연계 인간만으론 부족하여 구 지구의 우수한 각국 인재들이 남겨뒀던 냉동 정자와 난자를 이용해 인공 자궁에서 키워 낸 인공인간. 그 인공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인공 2세들을 지칭하는 인공계 인간. 샤오잔은 정부가 관리하여 키운 3세대 인공인간이었다.
인공인간은 한때 신 지구에서 높은 인구 밀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주 해온 이민자연계의 수가 안정적이고, 인공계의 수도 부쩍 늘어 3세대 인공인간부터는 정부의 철저한 계산 하에 필수 노동인구가 부족하지 않게 극소수만 생산하고 있다. 인공인간과 인공계는 구 지구 식으로 비유하자면 평민, 서민이었다. 그리고 이 땅을 개척했던 혹은 사유재산이 많은 이민자연계 자손들은 구 지구의 혈통과 정신을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귀족과 다름없었다. 그들은 임시 정부의 높은 자리를 돌아가며 차지하고, 그들끼리 투표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하곤 했다. 마치 구 지구의 고대 아테네 정책과 비슷한 시스템이었다. 게다가 이민자연계 인간들이 사는 돔 구역이 따로 존재했다. 집과 환경은 구 지구의 것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었다. 지금에 와서는 찬란하며 사치스러운 부촌과 다름없었다. 그런 이민자연계 인간들의 행동을 1세대 인공 인간들은 그대로 따르는 데에 그쳤다. 본인들의 선조이고, 통제자이니 받아들이기만 한 것이다.
그러나 2세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상황이 변했다. 신 지구의 발전이 안정기에 들어서자 이민자연계들은 시간이 갈수록 본인들이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기 시작했다. 신 지구의 터를 넓히고 신 지구를 구 지구와 같은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연구하는 이들은 이제 인공인간만 남은 것이다. 2세대 인공 인간들은 인권을 보장받길 원했다. 그리하여 현재는 인공인간도 자연계만큼은 아니지만, 저희끼리 마을을 형성할 수 있는 거대한 돔 구역을 만들어 아담한 집을 꾸리고 살 수 있었다. 그렇지만 모든 인공인간이 누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인공인간 중에서도 고급인력만이 정부의 허가를 받아 이주할 수 있었다. 그 혜택을 얻은 이들 대부분은 결혼하거나 아이 계획이 잡힌 이들이었다.
그곳에서 태어나 자란 인공 2세(인공계)들은 정부가 키우는 인공인간과 달리, 자연계 인간처럼 주체적인 또 다른 개체로 인정됐다. 그리하여 교육도 이민자연계 아이들과 함께 받았다. 언뜻 보기에 처우가 달라진 것 같으나, 결국 정부의 손에서 태어난 모든 인공인간의 인권이 나아진 건 아니었다.
“설마 집에서도 캡슐로 때우고 있는 건 아니지?”
백준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샤오잔을 떠봤다. 긍정도 부정도 없이 샤오잔은 그저 무표정으로 남은 잠기운을 쫓아내는 데만 신경을 집중했다.
최근 샤오잔은 고급인력 독거 인공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제공되고 있는 아침저녁 도시락을 집 냉장고에 쌓아두고 있었다. 맛이 없거나 상태가 좋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도시락에 들어가는 온갖 작물과 육류, 어패류 등은 전 세대 인공 인간들이 상용화에 성공해 만들어내고 있는 것들이었다. 샤오잔이 불만인 점이 바로 그 지점이었다. 그래도 집에서 저와 함께 사는 반려묘 견과의 식사는 꼼꼼히 챙기고 있었다.
견과는 3년 전 백준네 팀이 고양이 종들을 복제할 때 자연 발생한 먼치킨이었다. 관절이 약하고 건강 상태도 좋지 않게 태어나 폐기 논의가 나오던 때, 샤오잔이 백준의 말을 듣고 데려가기로 한 것이었다.
“그러지 말고 오늘 저녁은 우리 집에 가서 같이 식사하는 거 어때?”
참 끈질기다, 샤오잔은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를 올려다보며 특유의 아름다운 미소를 가볍게 지어 보였다.
“아니, 고맙지만 사양할게.”
샤오잔이 인공인간 교육기관을 떠나 사회생활을 하며 터득한 처세술이다. 그렇지만 이 눈치 없는 인공 2세(인공계 인간)는 그 미소에 더 꽉 붙들려 더욱 깊이 연계되고 싶은 마음을 어필했다.
“왜?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하도 네 얘길 들어서 한번은 만나고 싶어 하신다니까?”
그래서 더 싫은 샤오잔이었다. 백준과 직장 동료 겸 친구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아는 사이가 됐지만, 샤오잔은 그가 저와 다른 인공 2세라 못내 거리감이 있었다. 서로 살아온 환경과 경험이 얼마나 다른지, 백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의 처지가 더욱 잘 들여다보였으니까. 샤오잔이 경험한 것과 가지고 있는 감정은 3세대 인공 인간들은 알 수 있어도, 그 전 세대는 비슷하나 또 달랐다. 그러니 인공 2세는 더욱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말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우울을 알아달라는 듯한 행동처럼 느껴져 그것을 치부처럼 여기게 되는 데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
“미안, 그런데 진짜 안 될 것 같아. 오늘 견과 점심 분량까지만 주고 왔거든.”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오늘은 한 발짝 물러나야지. 그래도, 언젠가 꼭 한번은 오는 거야? 우리 어머니 요리 솜씨가 얼마나 좋으신데. 한번 맛보면 다음부턴 오히려 네가 가도 되냐고 물어볼걸?”
“그래그래…….”
샤오잔은 좋게 넘어가려 고갤 끄덕였지만 네가 무슨 말을 해도 그곳에 가는 일은 없으리라 짐작했다. 누군가와 결혼 약속을 잡고 그 구역의 집을 새로 얻으려는 게 아니고서는 말이다.
똑똑, 그때 누군가 문을 짧고 간결하게 두드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문으로 향했다. 문을 두드린 사람은 마치 출입 허락을 기다리는 듯 문을 열지 않았다. 퇴근 시간까지 대략 2시간이 남은 오후 3시가 지난 시점이라 샤오잔은 이 시간에 대체 누가 온 건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아! 드디어 왔나 보네, 들어와요!”
백준이 마치 자기 방에 온 손님을 맞는 양 문 너머의 사람에게 말했다. 제 방도 아닌데 왜 백준이 이 상황을 알고 대신 들어오라고 하는 걸까, 방 주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허락이 떨어지자 두꺼운 슬라이딩 도어가 스르륵 열렸다. 그러자 안으로 뚜벅뚜벅 들어오는 건 웬 앳된 남자였다. 티 하나 없는 말간 흰 피부에 은근 날이 선 듯 또렷한 눈, 적당히 두께감 있는 높은 콧대와 이어지는 동그란 입매. 군더더기 없는 매끈한 얼굴형의 남자는 대학생티가 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사회 물을 먹은 듯 그 나이 또래보다 단단한 인상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3달간 실습할 교육생 왕이보입니다.”
샤오잔은 백준과 저를 향해 90도로 꾸벅 고개 숙여 인사하는 남자에 더욱 의문이 들었다. 그야 저는 전해 들은 바가 없었으니까.
현재 샤오잔이 생각할 수 있는 범위의 한에서 예상컨대, 이건 백준이 저를 놀리려는 것이거나, 이 교육생을 놀리려는 게 아닐까 싶었다. 짓궂은데가 있는 백준의 성격상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걸 동조하는 데는 취미가 없는 샤오잔이었다.
“연구실을 잘못 찾아오신 것 같네요. 밖에 꽃‧야생화 복원 부라고 쓰여 있었을 텐데.”
샤오잔은 안타까운 투로 말하고 입술을 꾹 오므렸다.
그런 샤오잔을 바라보는 두 시선이 얽혔다. 방 주인이 현재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왜 아무것도 모르는 거지? 무언의 신호가 떠돌았다. 결국 대강 경위를 파악한 백준이 넌지시 샤오잔을 보며 말했다.
“샤오잔, 네 연구실에 온 교육생이 맞아.”
“뭐? 무슨 소리야. 당연히 동물 복제‧복원팀으로 가야 하는데 잘못 들어온 거잖아. 장난 그만치고 교육생 데리고 복귀나 해.”
“네 팀에 찾아온 거라니까? 센터장님한테 전달사항 못 받았어? 그리고 내가 장난질을 치기로서니 우리 과로 올 교육생이 바보도 아니고 여길 찾아와?”
이 터무니없는 소리는 뭐야. 그러니까 지금 문 열고 들어온 저 교육생이, 내 교육생이 맞다 이거야? 제 연구는 센터에서도 현재 가장 중요하지 않은 일에 속했다. 그래서 팀원도 저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교육생이라니, 다른 팀도 아니고?
구 지구 복원센터는 크게 세분류로 식물계 복원과 동물계 복원, 복합 연구원이 있었다. 샤오잔이 속해 있는 식물계 복원과는 대부분 나무, 식용식물 쪽에 많은 인원이 포진되어 있고, 인력 보충도 틈틈이 하고 있었다. 입사했을 당시만 해도 꽃‧야생화 복원 부의 인원은 저를 포함해 10명이었으나 저를 제외한 팀원 모두 다른 과로 이동하거나 상용화 센터로 옮긴 지 2년이 지났다. 센터장은 매번 우스갯소리로 가장 꽃 같은 사람이 꽃을 제일 잘 복원하지 않겠냐는 소리나 하지 인원 보충은 해주지 않았다. 사실 겉보기에나 예쁜 꽃을 복원하는 일이 신 지구에서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다 보니, 지원자가 없던 탓이리라.
“꽃‧야생화 복원 부에 몇 년간 없던 교육생이 온다길래 누군가 구경하러 온 건데, 샤오잔 네가 자고 있더라고. 그래서 아직 안 왔구나… 짐작하고 기다리고 있던 거야.”
백준은 자신이 온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샤오잔의 서서히 좁아진 미간이 풀리진 않았다.
“얼굴 좀 풀어. 네 이후로 거의 9년 만에 들어온 교육생이잖아? 안 그래도 만날 혼자 다 하느라고 힘들었는데, 잡일 시키고 하면 너도 덜 고생하고 좋지 뭐.”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나 샤오잔은 혼자 일한 지가 꽤 되어 이젠 혼자가 편했다. 차라리 일이나 제대로 할 줄 아는 다른 부 사람을 보내주었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하나부터 가르쳐 주어야 하는 교육생이라니……. 귀찮음이 물밀듯 밀려왔다.
“아직 대학생 과정이에요?”
샤오잔이 불만 가득한 눈으로 왕이보를 보며 물었다.
“네.”
“나이는.”
“스물다섯입니다.”
센터에 교육생으로 들어올 수 있는 나이는 최대 23살까지였다. 여기서 샤오잔은 큰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자신의 앞에선 남자가 인공인간이나 인공계가 아니라는 걸.
“나이가 많네요?”
“아, 그건 제가 2년 동안 잠깐 다른 일을 하느라…….”
왕이보가 본인의 사정을 말하려 물꼬를 트자 샤오잔이 시선을 돌렸다. 전혀 들을 마음이 없어 보이는 태도에 왕이보의 입이 자연스레 다물어졌다. 얘기도 들어주지 않는 이와 3개월이 얼마나 고난이 될지 뻔히 보이나 왕이보의 표정은 꽤 담담했다.
고작 실습하러 온 교육생일 뿐인데 샤오잔이 유독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그 나름대로 이런 반응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인공인간이 3세대로 들어설 때, 정부는 쓸모 있는 인공인간만을 원했다. 모든 인공인간의 수준이 그들이 요하는 만큼 높지 않았던 탓이다. 좋은 유전자를 받고 같은 환경에서 태어나 같은 교육을 받아도 인공 인간들의 개성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안드로이드가 아닌 이상 당연한 결과였다. 1세대 인공인간은 정부가 노동인구를 늘리기에 급급해 교육을 따라오지 못해도 억지로 끌고 갔다면, 2세대부터는 교육을 따라오지 못하는 인원을 분류해 신 지구의 영토 개척지로 보내 노동을 시켰다. 3세대부터는 기관(센터)에서 일할 수준이 되지 못하는 이들까지 부적격자로 분류해 개척지에 보내거나, 구 지구 우주정거장으로 보내 구 지구 정화작업에 투입했다.
샤오잔은 비슷한 유전자를 나눠 가진 형제자매 9명과 함께 태어났다. 그중 가장 두뇌가 명석하여 16살부터 대학교육을 받기 시작했다―이 무렵 교육을 따라가지 못하는 형제자매 4명이 나왔다. 그들은 모두 부적격 판단을 받고 사라졌다. 20살엔 나머지 5명이 부적격 판단을 받고 사라졌다. 신 지구 영토 개척지나 구 지구 우주정거장으로 가, 구 지구 정화작업에 투입된다고 들었지만, 그들이 잘 지내는지 알 방법은 없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실은 폐기처분 된 게 아니냐는 흉흉한 말이 형제자매를 잃은 다른 3세대 인공 인간들 사이에서 돌았다. 그래서 샤오잔은 정부와 인공인간 생산, 교육 센터를 이끄는 이민자연계 인간에게 오래도록 반감이 있었다―20살엔 대학 과정과 교육생 과정을 마친 후 22살까지 심화 교육을 거쳐 23살부터 구 지구 복원센터에서 일해왔다. 그동안 쉰다거나 다른 선택지 없이 달려온 샤오잔에게 2년간 다른 일을 하다가 교육생을 지원했다는 자연계 인간의 등장은 못마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앞으로 둘이 잘 해봐. 나는 나중에 또 시간 되면 올게.”
백준은 복잡미묘한 공기를 읽기라도 한 건지, 그 말을 남기고 방을 떠났다.
두 사람만 남은 방의 분위기가 곧 싸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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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기숙사 겸 집으로 돌아온 샤오잔은 현관문 앞에서 절 기다린 견과에 지친 기색을 집어넣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곤 슬그머니 웃으며 견과의 코앞에 손끝을 내밀었다. 작은 연분홍색 코가 꽃분홍이 되도록 열중하여 맡는 것을 매번 보지만 언제나 귀여울 따름이다.
제 집사가 맞는지 검증을 끝낸 작은 고양이가 샛노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올려다보자, 샤오잔은 그런 견과의 머리를 부드럽게 한번 쓰다듬고는 씻고 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 말했다.
샤오잔의 평일 귀가 후 루틴은 늘 같았다. 9시간 만에 보는 견과에게 출입 허가를 받고, 그 후 센터에서 묻혀온 온갖 냄새를 깨끗이 지우고, 견과의 밥을 챙긴 다음, 그릇들을 닦고 도시락(최근 먹고 있지 않지만)이나 식사 캡슐을 먹었다. 그 이후엔 구 지구의 도서를 읽다가(최근엔 20세기 도서를 읽고 있다), 견과가 심심해하면 직접 만든 장난감으로 놀아주고 다시 책을 읽다 잠자리에 들었다. 평화롭고 여유롭게 보내는 것이 샤오잔의 낙이었다. 그렇지만 이따금 여러 잡념에 잠기기도 했다. 그것들은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결국 한 뿌리에서부터 파생된 것이었다. 결코 자신이 해결해낼 수 없어 두려움을 자아내게 만드는 그런. 그 두려움이 떨치지 않으면 곧 외로움에 사로잡혔다. 집 안에 저 외에도 작은 생명체가 있지만, 철저히 혼자인 기분에 휩싸여 기다란 몸을 한없이 웅크려 작게 만들었다. 제 안에 조그만 핵을 외부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처럼. 그러다 잠들어 일어나면 세상은 여전히 똑같았다. 자신이 간밤에 한 온갖 고민과 걱정이 전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이.
샤워를 간단히 하고 나온 샤오잔은 편안하고 헐렁한 옷으로 갈아입고 아직 덜 마른 머리로 부엌으로 향했다. 그리곤 견과의 밥그릇을 꺼내 습식 사료를 부어 조그만 식탁 앞으로 갔다. 제 밥인걸 알아본 견과가 짧은 다리를 총총 움직여 샤오잔의 뒤를 따라왔다.
“뭐야 너. 밥 다 안 먹었네?”
아침 겸 점심에 자율 급식으로 두고 가는 건식 사료가 반 가까이 남아있었다. 왱- 우는 견과는 마치 ‘너도 밥 제대로 안 먹잖아!’ 항의하는 것 같았다. 샤오잔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견과를 보았다. 어디가 안 좋아서 덜 먹은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습식 사료는 놓자마자 챱챱 소리를 내며 먹는 모습에 또 편식 시작한 거구나 한숨이 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식사를 마친 견과가 자리를 이동해 물을 마시러 갔다. 샤오잔은 빈 그릇을 싱크대로 옮겨 깨끗이 헹구다 퇴근하기 전 일어났던 상황이 떠올랐다.
백준이 연구실에서 나가고, 샤오잔은 교육생을 혼자 둔 채 곧장 센터장의 방으로 향했다. 제 연구실의 반 식은 핏덩이를 치워달라고 말이다.
“반 식은 핏덩이?”
센터장은 샤오잔이 한 말이 웃겼는지 몇 번을 되뇌더니 “그럼 나는 말라 바스러진 핏덩인가?” 농담으로 되받아쳤다.
“어째서 구 지구 복원센터에 이민자연계 자제가 들어온 거죠? 유유자적 본인 삶을 즐겨야 하실 분이 귀찮은 인공계열 일자리에 무슨 바람이 불어서?”
샤오잔이 상기된 얼굴로 공격적으로 물었다. 센터장은 그저 여기서 일해보고 싶은 자연계 인간도 있을 수 있는 게 아니냐, 인간이란 게 원체 그렇게 변덕 적이고 다양하지 않으냐 그를 다독일 뿐이었다.
“그리고 어제 메신저로 왕이보 학생 이력서 미리 보냈는데, 열람하지 않은 건 샤오 팀장이잖아요? 아침에라도 받지 않겠다고 말해줬으면 몰라도, 이미 왔는데 다른 팀으로 옮기라고 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게다가 학생 본인이 직접 꽃‧야생화 복원 부에 신청한 거라…….”
어제 샤오잔은 퇴근 직전에 보내온 센터장의 메시지를 읽지 않고 퇴근했다. 추가 근무가 필요할 정도로 급한 일이라면 전화했을 테니까. 그래서 내일 출근하자마자 읽어도 되겠지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다음날 출근해 연구실 플랜트 룸 불을 켜자마자 어제 한 생각은 전부 증발하고 말았다. 성체까지 거의 다 자란 유채꽃이 간밤 새 폭삭 주저앉아있던 탓이었다. 샤오잔은 머리를 싸매며 어제 자신이 맞춰둔 기후와 흙의 상태, 물의 양 등을 점검했다. 이쯤이면 얼추 자라기 나쁘지 않으리라 예상했는데 이번에도 실패였다. 보통 두세 번 안이면 상용화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자라날 수 있는 환경 값을 얻는데, 이번은 다섯 번이나 꽃이 피기도 전 시들었다. 이토록 말 안 듣는 꽃은 오랜만이었다.
샤오잔은 가운을 벗고 특수 재질의 점프슈트를 입고 도구들을 챙겨 플랜트 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맥없이 꺾인 꽃들과 흙을 전부 폐기한 다음, 곧바로 나와 멸균 처리한 후 종자들만 키우는 통합 플랜트로 이동했다. 일주일 전처럼 샤오잔은 다시금 유채꽃 종자를 심어두고 돌아왔다. 그 과정이 끝났을 때가 점심 식사 이후 시간대였다. 한시름 돌리고 나니 샤오잔은 피곤해졌고 그대로 책상에 엎드려 잠깐 눈을 붙였다. 그렇지만 아무리 정신이 없었더라도 메시지를 열람하지 않은 건 제 실수였다. 샤오잔은 그 실수가 스스로 용납이 안 되어 화가 났다.
결국 별 소득 없이 돌아온 연구실, 스스로 신청해서 왔다는 교육생이 불 꺼진 플랜트 룸의 검은 창에 눈을 박고 있었다. 빛가림 방지가 되어있는지라 안이 안 보일 텐데 싶은 샤오잔이 말을 걸었다.
“뭐가 보이긴 해요?”
꽤 열중하고 있었는지, 뒤늦은 인기척에 놀란 왕이보가 고개를 획 돌렸다. 그리곤 몸을 돌려 경직된 자세로 섰다.
“대강 윤곽 정도요…….”
“시력이 좋네.”
샤오잔이 그리 말하고 의자에 앉았다. 그 앞으로 왕이보가 쭈뼛대며 다가갔다.
“저는 뭐부터 하면 될까요, 선생님?”
“선생님?”
“교… 수님? 아니, 연구원…….”
“그냥 팀장님이라고 부르면 돼요.”
“네, 팀장님. 그런데 전 뭐부터 하면 될까요?”
어색하지만 의욕은 넘쳐 보이는 왕이보의 태도가 썩 나쁘지 않은 샤오잔이었다. 그런 왕이보에게 샤오잔은 왜 꽃‧야생화 복원 부에 교육생 지원을 했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력서 소개란에 다 적었습니다만.”
돌아오는 답이 꽤 당돌해 살짝 당황한 샤오잔이 티 내지 않고 바빠서 확인하지 못했으니 적다가 혹시 빠뜨린 내용이나 가식 없이 솔직하게 말해보라 압박했다.
그 말에 왕이보의 매서운 듯한 눈이 동그래지더니, 곧 이리저리 눈알을 굴렸다. 그러다 답을 기다리는 샤오잔과 순간 눈이 마주쳤다. 그 입에서 낮게 깔린 목소리로 “좋아해요.”라는 말이 나왔다.
“뭘?” 샤오잔이 묻자, 왕이보는 눈을 끔벅이다가 플랜트 룸 창을 가리켰다.
“꽃을요. 그런데 마침 다행히 자리가 있었어요.”
의외네, 공이나 좋아할 것처럼 생겨선……. 그 대답이 싫지 않은 샤오잔이었다.
샤오잔은 컴퓨터를 켜 데이터를 전부 홀로그램으로 띄우고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현재는 유채꽃이라는 꽃을 복원 중이며, 유채꽃의 학명이니 뭐니 한 파일을 왕이보의 손으로 전송해주었다. 파일에 담긴 사진 데이터를 본 왕이보가 실제로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예쁘겠다고 중얼거렸다.
설거지를 마친 샤오잔은 견과의 밥그릇에 묻어있는 물기를 말끔히 닦아내고 찬장에 집어넣었다. 그리곤 이제라도 왕이보의 이력서를 확인하기 위해 책상으로 가 컴퓨터를 켰다. 메신저를 열고 센터장이 보낸 파일을 열람하니 3D로 된 매끈하고 잘난 얼굴 사진과 출신지, 어떤 교육을 받고 자랐는지 등이 세세히 나와 있었다. 왕이보는 당연히 이민자연계의 전형적인 교육을 받고 자랐다. 그런 이력 바로 아래 지난 2년간의 기록이 샤오잔의 눈에 들어왔다.
2년 전 휴학을 신청한 왕이보는 첫 1년간 신 지구의 영토확장을 위한 개발 현장을 견학한 것도 아닌 노동을 한 것으로 적혀 있었다. 게다가 작년엔 구 지구의 옛 우주정거장에서 일꾼들의 잡일을 한 것이 적혀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신 지구에서 오는 식량 손질이라던가, 정화작업에 투입된 이들의 작업복에 묻은 방사능 정화 일 따위 말이다.
귀하디귀하게 자란 도련님이 어째서 부적격자로 분류된 최하층 인공 인간들이 하는 일을 하다가 왔는지, 샤오잔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심지에서 살지 못하는 인공 인간들은 대체 무얼 하는지 궁금하기라도 했던 걸까? 궁금할 수 있다고 쳐도, 실제로 그곳에서 일할 수 있는 건가? 샤오잔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본 적도 자료도 열람할 수 없기에 항상 최악의 모습만이 머릿속에 그려지곤 했다. 자신이 읽고 있는 20세기 서적들에 나오는 잔인하고 혹독한 강제 수용소의 모습처럼. 그런데 이민자연계 도련님이 각각 1년간 그 두 곳에서 일하고 왔는데 그렇게 말끔한 모습이라는 것이 믿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왕이보가 굳이 지어낼 필요도 없는 가짜 이력을 적어서 올리진 않았을 게 아닌가.
그때 마침 정적을 깨는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샤오잔이 어깨를 움찔했다.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눌린 초인종에 샤오잔이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살금살금 문으로 다가갔다. 창을 띄워 바깥을 확인하니, 현재 컴퓨터 화면에 띄워져 있는 그 매끈한 얼굴이 무언가를 들고 현관 앞에 서 있었다. 우리 집 주소를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지? 의문이 점차 증폭하여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다시 한번 초인종이 울렸다. 태연한 표정의 왕이보가 괜히 코를 한번 훌쩍이는 것이 보였다. 샤오잔은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침착하게 대응하자 마음먹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러자 저보다 더 놀란 눈으로 왕이보가 한걸음 물러났다.
“어, 팀장님 옆집이셨어요? 우연이네요?”
샤오잔은 못 미더운 눈으로 왕이보를 보았다. 우연 같은 소리 하시네…….
2.
“아, 저 오늘 이사 왔어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뭘 잘 부탁 한단 걸까? 샤오잔은 그 말이 꼭 저의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오늘 아침 샤오잔은 출근할 때 옆집 문이 활짝 열려있고 잡다한 무언가를 AI 로봇들이 옮기는 걸 보기는 했다. 옆집에 살던 식품 개발‧상용화 센터에서 일하는 40대 후반의 인공인간이 동료와 결혼 약속을 잡고 아티피셜 빌리지 구역으로 이사 간 지 한 달 만에 누군가가 이사를 오는 것이었다. 아마 갓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인공인간이겠거니 했건만 자연계 인간인데다 제 교육생 왕이보라니 기가 찼다.
“다른 게 아니라, 이거 드리려고 왔는데요.”
왕이보는 그런 샤오잔에게 접시를 내밀었다. 접시엔 음식 같지만 엉성하게 생긴 무언가가 담겨있었다. 이걸 지금 나보고 먹으라고…?
“이사하면 이웃집에 음식 돌리는 게 예의라고 배웠거든요. 이건 쇼좌빙이라고 하는 건데, 생긴 건 조금 그래도 맛은 있어요.”
구 지구 집안 출신이란 이런 건가……. 샤오잔은 일단 왕이보가 내민 접시를 받긴 했으나 영 찝찝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이 음식은 원래 이렇게 생긴 건가, 아니면 왕이보가 못 만든 건가.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왕이보 학생.”
샤오잔은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됐다. 여기에 뭐가 들었을 줄 알고 덥석 먹어? 그리고 오늘 저녁도 식사 캡슐로 때울 생각이었고 말이다. 그런데 자신이 온 목적인 접시를 받았음에도 왕이보는 돌아가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서서 집 안 틈새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초인종 소리와 말소리에 호기심이 생긴 견과가 총총 다가오는 것을 본 모양이었다.
“팀장님 고양이 키우시네요?”
샤오잔이 뒤를 한 번 흘깃 보고 다시 앞을 보자 왕이보가 눈을 반짝이고 있는 게 보였다. 원하지는 않지만, 음식까지 받은 마당에 그냥 가라고 할 순 없던 샤오잔이 물었다.
“차라도 한 잔 마시고 갈래요?”
“좋아요.”
은근 거절해주길 바랐는데 염치도 없이 웃으며 안으로 들어오는 왕이보였다. 샤오잔은 왕이보가 건넨 쇼좌빙을 부엌 식탁 위에 둔 후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달라 말했다.
왕이보는 조용히 의자를 빼 앉더니 적정거리를 유지한 채 절 보고 있는 고양이와 눈을 맞췄다. 땡그란 눈의 고양이가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는 게 아니라 얼굴도 몸도 전체적으로 동그래서 신기한 모양이었다. 지금까지 본 자료들과 이웃이 정부에 요청해 분양받아 키우는 때에도 저렇게 생긴 고양이는 본 적이 없었으니까.
“이 고양이는 몇 살인데 이렇게 작아요?”
샤오잔이 찻잎을 찻잔에 담던 중 뒤를 돌아보았다. 호기심을 담아 서로를 빤히 보고 있는 두 생명체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웃겼다.
“3살. 이미 성체인데 원래 다리가 짧게 태어나서 작은 거야.”
“아~. 이름은 어떻게 돼요?”
“견과.”
차를 우리기에 적절한 정도로 물 온도가 올라오자 샤오잔이 물을 부어 가져왔다.
“동그래서요?”
“뭐… 그렇긴 한데.”
샤오잔은 왕이보 앞에 찻잔을 놔준 후 그 건너편 자리에 앉았다. 은은한 차향이 공기 중을 배회하며 잠시간 무언의 공백을 메꾸었다. 샤오잔은 차를 입에 머금으며 여전히 견과와 눈싸움 하듯 보고 있는 왕이보를 관찰했다. 그냥 봐선 그렇게 의심쩍은 구석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왕이보가 고갤 돌리더니 견과를 빤히 보던 반짝이는 안광으로 절 보았다. 뭐야, 왜 그런 눈으로 봐? 샤오잔은 그렇게 말할 뻔했으나 꾹 참았다.
“안 드세요?”
“뭘?”
“제가 만든 쇼좌빙이요.”
“아…….”
기어이 먹는 걸 봐야겠단 건가. 진짜 안에 뭐 이상한 거 넣은 거 아냐? 샤오잔은 혹시라도 유독물질 같은 게 들었다면 어쩌지 했지만, 이건 좀 도가 넘은 생각이라며 집어넣었다. 굳이 저한테 그럴 이유는 없을 테니까.
샤오잔이 조심스럽게 접시에 담긴 쇼좌빙을 들어 한입 베어 물었다. 생긴 만큼 맛없진 않지만 그렇다고 훌륭할 정도로 맛있는 건 아닌 맛이었다. 이걸 얼른 먹어 치워 없애야 왕이보가 돌아갈 것 같아 샤오잔은 내키지 않지만, 나머지도 얼른 입 안에 넣어 우적우적 씹은 후 목 너머로 삼켰다. 그러자 기쁜 듯 보이는 왕이보의 입꼬리가 보였다.
“어떠세요?”
“딱 나쁘지 않은 정도.”
“다행이다.”
정말 그런 듯해 보이는 왕이보의 다리 맡에 견과가 다가오더니, 그대로 왕이보의 다리 주위를 배회하며 바지에 턱을 문대며 체취를 묻혔다. 인상 테스트에서 합격이라도 시키는 것처럼. 샤오잔은 견과가 저 외의 다른 인간에게 그렇게 하는 건 처음 봐서 어쩐지 기분이 묘해졌다. 예전에 건강 점검차 백준이 집에 방문했을 때는 그렇게 하악질 하며 손도 못 대게 하더니.
그러다 문득 샤오잔은 다른 이민자연계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왕이보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견과가 경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 긴장도 한층 누그러진 탓일까.
“그런데 왜 대궐 같은 집 두고 센터 기숙사 겸 아파트에 온 거야?”
“집에서 센터가 멀기도 하고, 나와서 혼자 사는 게 편해서요. 2년간 다른 데서 혼자 생활하다 보니 그게 몸에 뱄나 봐요.”
왕이보가 제 입으로 다시 그 말을 하니, 샤오잔의 의식이 다시 그 지점으로 향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의 상식선 밖인 그 선택을 말이다.
“방금 안 그래도 이력서 보고 있었는데, 왜 2년이나 쉬면서 영토 개발 구역이랑 우주정거장에서 일하다 온 거야?”
“그냥…… 어린애 치기 같은 거랑 비슷한 거였어요.”
왕이보가 살짝 뜸을 들이더니 그렇게 둘러댔다.
샤오잔은 그 답이 조금 실망스러웠다. 자신이 듣고 싶었던 유의 답이 아니라서였을까? 그렇지만 저 애로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답이 아니겠나 싶었다. 어떤 거창한 답이 돌아오길 바랐다는 것 자체가 실수였다.
“그런데 팀장님, 이제 저한테 반말하기로 하신 거예요?”
“뭐?”
반말로 대하고 있다는 걸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점을 왕이보가 콕 짚어 샤오잔의 뺨이 상기됐다. 오늘따라 답지 않게 왜 이렇게 실수가 나오는 걸까.
“어린 걸 알고 있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그랬네요…. 기분 나빴으면 미안해요, 왕이보 학생.”
“아니요, 저는 가까운 사이 같고 좋은데요. 반말하셔도 괜찮아요.”
“내가 안 괜찮아요. 일할 땐 이런 실수 없도록 할게요.”
“진짜… 괜찮은데…….”
괜히 말했다 싶은지 입꼬리가 시무룩하게 내려가는 게 표정이 참 획획 바뀌는 왕이보였다.
그것이 여러모로 샤오잔의 속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몇 주 만에 제대로 먹은 음식이 왕이보가 만들어온 거라 괜히 기분 탓인 것 같기도 했다.
왕이보는 적당히 식은 차를 꼴깍꼴깍 들이켠 후, 아직 제 다리 주위를 맴도는 견과의 턱을 한번 간질여주더니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늦은 시간에 실례했다며 내일 뵙겠다고 인사하더니 샤오잔이 눈치를 주기도 전에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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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샤오잔은 왕이보와 함께 통합 플랜트로 이동해 어제 심어놓은 유채꽃 모종을 보러 갔다. 왕이보는 처음 들어와 본 통합 플랜트가 신기한지 주변을 열심히 둘러보며 샤오잔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꽃‧야생화 복원 부 구역에 도착한 샤오잔은 조그만 팜 상자를 살폈다. 하룻밤 새 조그만 새싹들이 올라와 있는 것이 보였다. 지금 가져가서 심기 시작해도 무방하지만, 벌써 다섯 번이나 실패했기에 일단 조금 더 큰 후 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샤오잔은 왕이보에게 갓 자라난 종자들을 보여준 후 연구실로 돌아와 이번엔 어떻게 재배할지 새로운 계획표를 짜고 확률을 계산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왕이보와 함께 손가락 길이만큼 자라난 모종 틀을 연구실로 옮겨왔다.
교육생이 된 지 일주일 만에야 왕이보는 검은 창의 방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었다. 그 안은 열자마자 플랜트 룸이 아닌, 플랜트 룸에 들어가기 전 작업복을 갈아입을 수 있는 준비실이 먼저 나왔다.
샤오잔은 왕이보에게 새 작업복을 내밀었다. 그리곤 제 흰 가운을 벗어 캐비닛에 넣고 점프슈트를 덧입었다. 그 모습을 본 왕이보가 쭈뼛거리며 따라 입었다. 샤오잔은 아래쪽 캐비닛에 들은 짙은 녹색 장화를 꺼내 신고는 왕이보의 발 사이즈에 맞는 장화를 건네주었다.
복장을 다 갖추고서야 두 사람은 플랜트 룸 안으로 들어갔다. 플랜트 룸 안은 연구실을 볼 수 있는 창가를 제외한 천장과 벽면이 성장 조명으로 되어있고, 군데군데 틈이 있는데 그곳에서부터 물이나 기타 화학제가 나오게 되어있었다. 바닥엔 전체적으로 흙이 깔려 있지만, 지난번 실패 후 전부 새로 시작하기 위해 멸균 처리한지라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샤오잔은 새로운 인공 비료 포대를 풀어 땅에 골고루 뿌리고 로봇을 이용해 땅을 고르게 시킨 뒤 직접 띄엄띄엄 모종을 심었다. 왕이보도 돕고 싶은 눈치였으나, 샤오잔이 이번은 일단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기만 하라고 말해 손에 흙 한 톨 묻지 않았다.
유채꽃 모종 심기가 완료되자 샤오잔과 왕이보는 준비실로 되돌아왔다. 이번엔 제발 잘 자라줘라,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심었는지 샤오잔의 반듯한 이마에 땀이 송알송알 맺혔고 가느다란 목덜미까지 흘러내렸다. 땀 흐른 곳을 샤오잔이 무의식적으로 손등으로 훔치려 하자 왕이보가 그곳을 대신 손수건으로 닦아 주었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샤오잔이 놀라 손을 쳐냈다.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가 닦아 드릴게요.” 하는 왕이보였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샤오잔이 점프슈트를 벗어 세탁물 바구니에 넣고 신발을 갈아 신으려 의자에 앉자, 대신 장화를 벗기고 구두를 신겨주려 했다.
“뭐 하는 거예요?”
“잡일이요. 흙 묻은 손으로 갈아신으시면 다 묻을 거 아니에요.”
저라고 그걸 모르는 건 아니다. 그저 항상 혼자 하다 보니 흙 조금 묻었다고 문제 생길 것도 없고, 좀 많이 묻었다면 털어내거나 닦으면 그만이니 대충 빨리 정리하려던 것뿐이었다. 왕이보의 행동이 부담스러웠는지 샤오잔은 알아서 하겠다며 개수대로 가 물을 틀고 비누로 손에 묻은 흙들을 깔끔히 씻어냈다.
왕이보는 옆에서 그걸 빤히 지켜보았다. 뭘 이런 것까지 유심히 보나 싶은 샤오잔이 물을 끄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려 하자 왕이보가 그 손을 부드럽게 잡아당겼다.
“잠시만 실례할게요.”
“아니 지금 뭐 하는!”
커다랗고 핏줄이 불거진 투박한 큰 손이 저보다 작고 야무진 손의 손톱에 낀 흙들을 조그만 솔을 이용해 섬세하게 닦아내기 시작했다. 샤오잔은 손을 빼내려 했지만 왕이보에게 꽉 붙들려 씻김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샤오잔은 어이가 없었다.
“기왕 씻을 때 깨끗이 하면 덜 번거롭잖아요.”
“알았으니까 좀 놓을래요? 내가 알아서 하겠다니까?”
“잡일은 제 담당이라니까요?”
당당한 왕이보의 눈빛에 샤오잔은 뭐 이런 고집통이가 다 있나 했다.
손톱 틈새에 낀 흙들이 전부 빠지자 왕이보는 수건으로 샤오잔의 손 물기를 닦아주기까지 했다.
“잡일을 맡긴다는 게 이런 뜻은 아녜요, 왕이보 학생.”
“……그런가요?”
“시키는 것만 잘해주면 돼요.”
샤오잔은 최대한 거리를 두며 준비실 밖으로 나왔다.
플랜트 룸의 성장 조명을 켜고 물을 준 후 시계를 확인하니 어느덧 점심시간 대였다. 샤오잔은 플랜트 룸의 환경 조성에만 열을 내고 있지,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샤오 팀장님, 식사하러 안 가세요?”
“네. 이보 학생은 먹고 오세요.”
“저… 아니에요, 다녀오겠습니다.”
뭔갈 말하려는 듯했지만, 이내 혼자 연구실을 나서는 왕이보였다. 같이 가자, 설득하려는 모양새였지만 무슨 말을 해도 안 가려는 걸 벌써 파악한 듯했다.
다음날도 샤오잔은 점심 시간대에 보고서를 들여다볼 뿐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런 샤오잔의 책상에 아직 점심을 먹으러 가지 않은 왕이보가 무언가 담긴 글라스 통을 덜그럭 내려놓았다. 뭔가 싶은 샤오잔이 고갤 들어 올렸다.
“이게 뭐예요?”
왕이보가 샤오잔의 건너 자리에 제 의자를 끌고 와 앉으며 말했다.
“아무리 캡슐에 영양분이 다 있다고 해도, 장기간 복용하면 안 좋대요. 저랑 이거 같이 먹어요. 센터 식당 밥이 입에 안 맞으셔서 그러신 거죠?”
글라스 뚜껑이 열리자 보이는 건 쇼좌빙이었다. 이번에도 썩 모양이 훌륭하진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얜 이거밖에 만들 줄 모르나? 싶은 샤오잔이다.
“전 아침 많이 먹고 왔으니까 팀장님이 두 개 드세요.”
“배 안 고픈데…….”
“안 먹다 버릇하면 그렇기도 하데요. 그래도 먹는 게 건강엔 좋아요.”
이 음식이 건강에 좋을 것 같진 않은데 싶지만, 상대의 성의를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샤오잔은 매몰찬 성격이 못됐다. 왕이보가 만든 쇼좌빙 다음으로 먹는 음식이 또 그가 만든 쇼좌빙이 될 줄이야……. 샤오잔은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하나를 꺼내 베어 물었다. 요 일주일간 제 지시사항을 착실하게 이행하고 따르는 모습을 보아서 그런가, 이번엔 그래도 맛이 좀 더 낫게 느껴졌다.
“어떠세요?”
“먹을 만해.”
“다행이다.”
꼭 왕이보가 처음 온 날과 비슷한 상황에 샤오잔은 그날이 다시금 떠올랐다.
왕이보가 돌아가고, 샤오잔은 다 마시지 않은 차를 들고 다시 책상으로 돌아갔다. 그리곤 그의 이력서를 마저 읽기 시작했다. 이력서의 끝 쪽엔 의례 그렇듯 자기소개서가 있었다. 내용인즉슨 왕이보가 구 지구 자연(복원)관에 견학 간 날에 대한 것이었다.
10살 무렵의 왕이보는 마냥 공이나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하는 활동성 많은 아이였다. 선생님이 한 구역 한 구역 창 너머의 동식물에 관해 설명해줄 때 무척 따분함을 느낀 왕이보는 몰래 줄에서 이탈해 혼자 돌아다녔다. 그리곤 아주 작게 줄여놓은 공을 꺼내 탄성을 가장 높게 설정한 후 바닥에 튕기면서 이리저리 둘러보다, 그마저도 심심했는지 장난기가 발동했다. 공을 바닥 색과 똑같이 바꾸고 바닥에 굴린 것이다. 누군가 공을 밟을 뻔해 깜짝 놀라는 게 보고 싶었다고 글엔 적혀 있었다. 인제 와서 생각해보니 혼나지 않으리란 걸 알아서 그런 행동을 한 모양이었다고 말이다.
그러다 누군가 자신이 굴려놓은 작은 공을 보지 못해 밟고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놀라서 뛰어갔더니 웬 잘생긴 형이 시름시름 앓는 소리를 내며 일어나더니 달려온 절 보고 버럭 화내며 꾸짖었다. 난생처음 제대로 혼나본 거라 왕이보는 무서워서 울먹였다. 잘생긴 형은 다음부턴 절대 이런 장난치지 말라 경고하고 돌아섰는데, 자신이 계속 우니 결국 되돌아와 다독여 주었다고 했다. 울음을 그치자 형은 그런데 넌 왜 혼자 돌아다니니 길을 잃은 거니? 물었다. 왕이보는 심심해서 혼자 돌아다녔다 솔직하게 말했다. 그랬더니 형이 또 절 혼냈단다.
결국 그 형은 제 반을 찾아주기 위해 넓은 구 지구 자연관에서 함께 움직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복원된 나무, 꽃, 동물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다. 선생님의 설명은 그렇게 따분하고 시시하기만 했는데, 그 형이 해주는 설명은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다고 했다. 그때부터 구 지구 복원에 관심이 생겨 지원하게 됐다는 말이었다.
샤오잔은 왕이보의 자기소개서를 다 읽고 나서 아까까지 긴장했던 것이 전부 무색해지며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왕이보의 글에 적인 형이 본인임을 알아본 것이다.
16살이 되던 해, 샤오잔은 형제자매 9명 중 4명이 부적격자 판정을 받아 인공인간 센터를 떠나게 됐다. 그리고 저는 가장 성적이 좋아 이제부터 대학 교육과정을 들어야 했다. 당시 샤오잔은 심란해지면 구 지구 자연 복원관을 들러 지난 세대 인공 인간들이 복원해낸 생명체들을 보러 가곤 했다.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에 대해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삭막한 신 지구 풍경만 보다가 파릇파릇한 식물과 형형색색의 꽃을 보면 기분이 조금 나아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날따라 샤오잔은 형제자매를 잃었다는 슬픔에 도저히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언제고 눈물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때 왕이보의 장난에 걸려 넘어지면서 온갖 감정과 넘어진 고통에 그만 폭발하고 말았다.
깜짝 놀라 걱정하는 얼굴로 달려온 아이에게 샤오잔은 일방적으로 쏟아부었다. 아이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져 결국 죄송하다고 울게 되고 나서야 샤오잔의 입이 멈추었다. 그리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화를 냈지, 아무리 얘가 잘못했더라도 이렇게까지 닦달할 건 아닌데, 하고 후회가 됐다. 결국 샤오잔은 그 애의 사정을 듣곤 반 무리를 찾아주기 위해 같이 데리고 돌아다녔다. 그러다 아이가 장미꽃밭 구역을 유심히 보더니 운 탓에 조금 벌겋게 부은 눈으로 “저 꽃, 꼭 형 같아!”하고 웃었다.
거의 15년이 지난 일이지만 샤오잔은 왕이보가 그때 그 형이 자신인 걸 알고 있는 걸까 의식하게 됐다. 그러나 모르는 것처럼 절 처음 봤을 때 아는 체하지 않았고, 이후엔 착실하게 챙기려 들기만 했다. 그게 괜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샤오잔은 한 번 떠보기로 했다.
“왕이보 학생, 자기소개서에 꽃을 좋아해서라는 말은 없던데. 진짜 왜 굳이 우리 과에 온 거예요? 전에 우리 집 왔을 때 견과 보고 눈 반짝이던 거 보면, 동물 복원에 더 관심이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거기 정원이 다 차서 온 건가?”
왕이보는 그 말에 고민하는 듯 한참 말이 없었다. 샤오잔은 편하게 말하라며 태연하게 쇼좌빙을 베어 물었다.
“그 소개서에 나온 형을 좋아해서요.”
전혀 예상치도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순간 놀란 샤오잔이 사레가 들려 콜록콜록하며 가슴팍을 두드렸다. 덩달아 놀란 왕이보가 물을 가지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샤오잔은 그 형이 나라는 걸 왕이보가 모르는 건지, 다 알고 고백을 한 건지 혼란스러웠다. 그때 물을 가져온 왕이보가 샤오잔의 손에 컵을 들려주며 얼른 마시라고 입에 가져다 대주기까지 했다. 샤오잔은 아직도 저보다 키 작은 6살 어린 남자애가 예상치도 못한 말을 해서 놀라 심장이 뛰고 있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정말 뭐 설레기라도 하는 건지 헷갈렸다.
2020년 늦여름, 우연히 왓챠에서 진정령을 보게되고 그대로 왕샤오의 매력에 푹 빠져 덕질을 시작하게 됐지만, 현생이며 뭐며 한 관계로 구독러로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처음으로 합작에 참여하게 됐어요.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겠어요. 제출한 글이 뭔가 똑 끊긴 느낌이 드신다면, 사실... 맞습니다...
이보 입장의 글까지 해서 올려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해져서 그만ㅠㅠ 나머지 내용은 포타로 올리도록 할게요. 아무튼 참여하신 금손 분들 모두 수고 많으셨고, 모두 2022왕샤절 즐겁게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